스스로 ‘바보’라고 불렀던 고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잇고자 2010년 2월 설립된 국내 유일의 민간 모금 전문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이 종교의 벽을 뛰어 넘어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 것이라고 밝혔다.
바보의 나눔 재단이사장인 염수정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는 27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설립 2주년을 맞아 모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염 주교는 “설립 첫 해인 2010년에는 8억9,000만원을 모금했고, 지난해에는 4배 이상 늘어난 43억3,000만원을 모았다”며 “후원자 수도 2010년 3,964명에서 지난해 1만1,224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 해 모금된 금액은 통장에 쌓아두지 않고 그 해에 배분하겠다’는 재단 설립 취지에 따라 첫 해 모금액의 92.3%를 56개 기관에 배분했다. 지난해에도 모금액의 92.8%를 국내외 153곳에 나눠주었다. 자체 사업을 벌이는 다른 모금단체와 차별화한 것이다.
염 주교는 “지난해 7월 정부로부터 법정모금단체로 인가를 받으면서 모금액이 급증했다”며 “바보의 나눔은 천주교 신자만의 재단이 아닌 만큼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개인 모금과 함께 기업 모금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두산매거진으로부터 받은 성금 1억5,000만원을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를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기업 후원은 첫 해 1억900만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20억3,000만원으로 크게 늘었고, 전체 모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에서 47%대로 훌쩍 뛰었다.
또 투명한 운영을 위해 외부 회계 감사를 비롯해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1년에 세 차례 배분 현장을 찾아 중간ㆍ최종 평가를 하기로 했다.
바보의 나눔 사무국장인 이동원 신부는 “재단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지난해부터 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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