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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중FTA 공청회파행… "잘 끝났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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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중FTA 공청회파행… "잘 끝났다"는 정부

입력
2012.02.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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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첫 절차인 공청회가 열렸던 24일(한국일보 25일자 12면). 어수선하게 마무리 된 공청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해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로 물어봤다. "이번 공청회는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공청회를 열 계획은 없습니다."

순간 귀가 의심스러웠다. 정부가 평소 공청회라는 절차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답변이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공청회는 한마디로 '파행'이었다. 농민단체 회원들의 난입으로 오전 일정은 5분 만에 정회 선포와 함께 마무리됐고, 예정됐던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은 오후로 순연됐다. 단축된 일정을 맞추려 발제자들이 주제발표문을 '속독'하는가 하면, 일부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은 건너뛰기도 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서면발언 신청자 19명 중 17명이 공청회장을 빠져 나가 그야말로 '졸속 공청회'로 전락했다.

공청회가 뭔가. 말 그대로 '공공기관이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각계 여론을 수렴하는 자리'다. 그래서 우리 법은 국가 주요사안마다 공청회를 의무화하고 있다. ▦발표자 선정은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며(행정절차법 38조) ▦공청회 주재자는 발표자 상호간 질의ㆍ답변을 보장해야 하며 ▦방청인에게도 의견제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 공청회에서 제시된 사실과 의견이 상당히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이를 반영해야 한다(같은 법 39조). 발표자와 토론자 대부분이 정부의 한중 FTA 논리를 옹호하는 인사였던 데다 이에 대한 이견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던 이날 공청회는 '위법'에 가까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몇 가지 남은 절차를 거쳐 협상을 개시할 태세다. 비슷한 반대를 무릅쓰고 '형식적' 공청회를 거쳐 강행했던 한미 FTA나 한ㆍ유럽연합(EU) FTA와 판박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농어민 단체 등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계속 수렴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간담회는 공청회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정부 맘대로 무마하기가 훨씬 쉽다는 얘기다.

한중 FTA는 한미 FTA 못지않게 국내에 미칠 경제적 영향이 막대하다. 더구나 잇단 FTA 발효로 피해계층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상태다. '국가 전체로는 이익이 더 크다'던가, '외교ㆍ안보적 측면도 감안한 정책'이라는 명분도 약자나 불만세력의 목소리를 외면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공청회를 대하는 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FTA 반대'는 갈수록 힘을 키울 것이다.

배성재 경제부 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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