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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의 학살에 지쳤다" 하마스도 등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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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의 학살에 지쳤다" 하마스도 등 돌려

입력
2012.02.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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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얼마 남지 않은 우군을 또 잃었다. 30년 넘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결국 시리아 정부에 등을 돌렸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아사드 정권의 자국민 학살에 지친 하마스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며 "30년 밀월관계의 종언"이라고 26일 보도했다.

하마스는 24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의 대중 연설을 통해 시리아 정부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알아자르 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개혁을 갈구하는 시리아 민중에 경의를 표한다"며 "우리는 수백만명의 순교자들과 함께 시리아로 진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마스는 1년 가까이 시리아 유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리아는 팔레스타인 내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었던 1980년대 초 하마스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에 대항할 수 있는 터전을 내줬다. 현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레드 마샤알과 10여개의 급진 단체들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기반으로 팔레스타인의 주축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시리아가 하마스의 힘을 키워준 은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의 탄압 대상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에 집중되자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마스는 "수니파 학살에 침묵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하마스가 1월 중순 공식 지지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시리아 당국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밀월은 파국을 맞았다.

시리아와 하마스의 분열은 중동 역학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의 정치 평론가 하니 알마스리는 "하마스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교파는 다르지만 이스라엘에 맞서 전략적 동맹을 유지해 왔다"며 "하마스의 입장 변화는 반 이스라엘 연합전선의 한 축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하마스가 조직의 이념적 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 최대 정치 세력으로 부상한 점을 감안해 시리아와 거리두기를 택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서방과 아랍권 60개국으로 구성된 '시리아의 친구들'은 24일 첫 회의를 갖고 시리아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가 민의를 대변하는 적법한 대표기구라고 선언했다. 또 여행 금지, 자산 동결, 원유 금수 등 모든 제재 조치를 동원해 아사드 정권을 압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 시리아 정부의 유혈진압은 계속돼 25일 홈스를 비롯한 시리아 전역에서 민간인 68명을 포함, 94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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