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가 국내 가전 유통업계 1위인 ㈜하이마트의 선종구(65) 회장이 자녀들을 동원해 1,000억원대의 자산을 해외로 빼돌려 자금 세탁을 한 혐의를 잡고 하이마트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섰다. 대형 부정부패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대검 중수부가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국외 재산도피 범죄에 대해 칼을 빼든 것이다.
검찰은 26일 하이마트의 2대 주주인 선 회장(지분율 17.37%)의 해외 재산도피와 횡령, 탈세 등 혐의가 포착돼 전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와 관계사 등 5, 6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선 회장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자택과 선 회장의 아들 현석(37)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하이마트의 계열사 HM투어, 하이마트의 주주 회사인 투자전문회사 IAB홀딩스 등도 포함됐다. 선 회장은 출국금지됐다.
검찰은 또 이날 오후 하이마트의 광고 대행을 독점해 온 커뮤니케이션윌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이 회사는 선 회장의 딸 수연씨가 2대 주주로 있는 곳이다.
검찰은 선 회장 측이 유럽의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1,000억원 이상의 회사 돈과 개인 자산을 투자금 등 명목으로 빼돌린 뒤, 이 중 일부를 다시 자녀들의 회사로 송금해 유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선 회장이 회사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거액의 탈세를 했다는 첩보를 받아 1개월 정도 내사를 거친 뒤 강제 수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선 회장의 개인 비리 수사 차원으로, 선 회장 일가에 대해 수사가 집중될 것"이라며 "2007년 하이마트의 최대 주주가 된 유진그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선 회장 일가가 개발한 골프장 사업의 부진이 재산도피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 회장 일가는 2009년부터 사업비 1,500억원 규모로 강원 춘천시 일대 51만여평의 대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엔바인리조트를 지었으나, 예상보다 회원권 분양이 저조하자 하이마트 지분 등을 담보로 한 금융권 차입금 등으로 공사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사업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회사 돈과 개인 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뒤 자녀들에게 불법 증여를 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선 회장 일가와 다른 경영진 등을 차례로 소환 조사한 뒤, 늦어도 4월 총선 이전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마트 측은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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