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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통신사들 '카드 공습'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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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통신사들 '카드 공습' 카운트다운

입력
2012.02.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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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고객 A씨는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5,000원짜리 케이크를 구매한 뒤 신용카드 대신 'T멤버십카드'를 내밀었다. 가게 점원이 멤버십카드를 긁자 10% 제휴 할인뿐 아니라 결제까지 한번에 끝이 났다. 케이크 값은 휴대폰 요금과 합산돼 통신사가 매달 보내는 청구서에 찍힐 예정이다.

통신사 멤버십 할인카드가 신용카드 기능까지 하는 상황이 올 하반기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KT가 최근 멤버십카드에 30만원 미만 소액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불과 2년여 전만해도 카드사들의 제휴사에 불과했던 통신사들이 지분참여에 이어 이제는 카드사 고유 업무인 결제 시장까지 넘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룡 통신사들이 그간 숨겨온 발톱을 꺼내고 카드사들을 향해 본격적인 선전포고를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SK텔레콤은 이달 초부터 제휴사 할인을 위한 기존 멤버십카드에 결제기능을 넣는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T 역시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검토에 들어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소액(30만원 미만) 결제대행을 해온 업체(PG)들이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먼저 이런 제안을 해왔다"며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은 현재 제휴사인 카드사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PG사들과 손잡고 후불결제기능이 들어 있는 멤버십카드를 출시할 경우 사업에 득이 되는 게 많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SK텔레콤의 멤버십카드 회원이 930만명으로 가장 많고 KT(310만명)와 LG유플러스(300만명)가 뒤를 잇고 있다. 만약 이들이 멤버십카드로 소액결제를 하게 되면 휴대폰 요금에 합산되므로 통신사로 들어오는 결제대금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PG사들이 통신사에게 사업 파트너로 참여해주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제안한 터라 미래 수익원 개발에 목말라온 통신사로선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에 카드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미래의 고객이자, 카드발급이 어려운 10대 청소년과 20대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을 빼앗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선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나이와 직업, 수입 등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통신사 멤버십카드를 통한 소액결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30만원 미만 상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에는 이미 통신사업자가 소액 여신을 부여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돼 있다.

카드사들은 2009년 SK텔레콤이 하나금융과 합작해 하나SK카드를 출범시킬 당시만 해도 기존에 제휴업체에 불과했던 통신사가 밥그릇을 빼앗으려 한다며 걱정했다. 최근 들어 카드사들이 통신3사와 제휴해 모바일카드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는 등 둘 간의 윈윈관계가 형성된 듯 보이지만, 통신사의 영역 확장 문제는 카드사들에게 여전히 민감한 사안으로 남아있다.

은행계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하나금융과 합작해 카드사에 진출하고 KT가 비씨카드를 인수한 것도 결국 큰 흐름에서 보면 이런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 아니었겠느냐"며 "멤버십카드로 소액결제가 가능해지면 사실상 30만원이 한도인 신용카드와 다를 바 없어 카드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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