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9)씨는 2010년 말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했다. 다달이 이자를 갚아나가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월급은 제자리인 반면 아버지의 암 투병(2,000만원), 아들의 교육비(매달 100만원) 등 부담이 늘면서 다시 빚을 냈다.
그는 은행에서 더는 대출을 받지 못하자 처음으로 고리의 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다. 김씨는 "제2금융권은 가급적 피하고 싶었는데, 갈수록 쪼들리다 보니 보험사 대출 문자메시지를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풍선효과가 시나브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부터 은행권 대출을 억누르자 제2금융권 대출이 급속히 튀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은행이 전년보다 5.7% 증가한 반면, 제2금융권은 9.9%나 늘었다.
2004년 200조원이 안됐던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402조3,000억원으로 은행권(455조9,000억원)과 비슷해졌다. 2007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로 은행(연 5~6%)을 압도한 탓이다. 특히 최근엔 상호금융(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과 보험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상호금융은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175조원)이 13.1% 급증하는 등 9년 새 4배 가까이 덩치를 키웠고, 보험사(74조7,000억원)도 1년 만에 9.3% 늘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26일 '제2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상호금융과 보험회사의 문턱을 높여 지나친 대출 권유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규모(10조원대) 면에서 영향이 크지 않아 이번 대책에선 빠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먼저 비(非)조합원은 상호금융회사에서 빚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의 비조합원 신규대출 한도를 연간 신규대출 총액의 3분의 1로 제한했다. 조합원의 가족이나 다른 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대출도 비조합원 대출에 포함시킨다.
보험사에 대해선 보험설계사 등이 전단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출을 권하지 못하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대출모집인 운용도 제한한다. 보험사 가계대출에 대한 건전성 규제(대손충당금 적립 등)는 은행 수준으로 높이고,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보험사는 집중검사를 받게 된다.
제2금융권까지 억제하면 저소득자나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은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우대 금융상품의 지원 규모를 늘리고 요건과 절차를 완화해 (불법 사채시장 쏠림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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