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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의 애고에코] '다다익선'인가, '과유불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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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의 애고에코] '다다익선'인가, '과유불급'인가

입력
2012.02.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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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일이다. 집의 화장실이 붐비던 어느 날 아침 너무 급한 나머지 나는 마당 한구석의 잔디밭에 소변을 볼 수밖에 없었다. 뜨겁고 독한 것을 뿌리며 잔디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하나의 짓궂은 놀이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죽어버릴 줄 알았던 내 방뇨장의 잔디들은 몇 주 후 오히려 푸르다 못해서 검은색을 띄며 키가 훨씬 큰 놈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내가 못할 짓을 한 것이 아니라 식물이 잘 자라는데 꼭 필요한 '질소'라는 물질을 공급했던 것이다.

질소는 모든 생물의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과 핵산의 주요 구성 물질이다. 해서 동물이고 식물이고 간에 충분한 질소를 흡수해야만 잘 살 수 있다. 근육을 만들려면 붉은 살코기나 콩으로 만든 두부를 많이 먹으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질소는 대기 성분의 80% 정도에 달하는 아주 흔한 물질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상당수의 생물들은 질소가 부족해서 제대로 자라지를 못한다. 그 이유는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식물이나 동물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땅속에 사는 일부 미생물들만이 어렵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또 생물체에 있는 질소들은 평생 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물이 죽어 썩거나 배설을 하면 물, 흙, 공기를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형태도 바뀌며 일부는 물속에 잠긴 미생물에 의해 다시 대기 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들이 위치와 화학적 형태를 바꾸면서 이동하는 것을 '물질 순환'이라고 한다.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현상 중 하나이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서 인간들은 자연의 질소 순환을 크게 변화 시켰다. 그 첫 번째는 하버(Harber)와 보슈(Bosch)와 같은 과학자들이 인공적으로 질소 비료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예전에는 미생물이 조금씩 붙잡던 대기 중의 질소를 화학적인 방법으로 대량 고정하여 농경지에 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녹색 혁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에 더 많은 비료를 뿌려대니 식물이 흡수하고 남은 비료들과,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들을 사육하면서 나오는 배설물을 통해 다량의 질소가 물로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질소로 오염된 지하수는 '청색증'이라고 하는 아기 빈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강을 따라 흘러가 바다와 만나는 하구에 이르러서는 물에 떠다니는 조류(algae)들이 갑자기 번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적조라고 부르는 환경문제이다. 적조는 단순히 미관상 나쁠 뿐 아니라 물속의 산소가 없어져 물고기까지도 죽게 되는 소위 '저산소' 상태를 일으킨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멕시코만, 유럽 전역, 일본, 홍콩, 호주 남부 등 전세계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질소를 과잉케 하는 또 하나의 인간 활동은 자동차 사용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에는 다량의 질소 산화물이 섞여 있으며 이것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먼지나 비에 섞여 다시 생태계로 돌아온다. 인간의 이러한 활동들로 인해 넓은 바다의 질소 함량까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또 질소가 과잉 돼 있는 습지나 하구에서는 미생물들이 아산화질소(N20)라는 기체를 다량으로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이는 이산화탄소, 메탄 기체 다음으로 온난화에 기여가 많은 미량 기체다.

생태계에 질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생물이 잘 자랐기 때문에 예전에 질소에 대한 생각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지나친 욕심과 산업 활동은 질소를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물질로 만들어 버렸다. 생태계 연구를 통해 얻게 된 원리는 아무리 귀한 것도 '적절함'의 선을 넘는 순간, 그 피해는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점이다. 내 어린 시절의 의도치 않은 질소 첨가 실험도 오래갈 순 없었다. 지나친 질소 공급으로 나중에는 잔디들이 죽어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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