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지금동 국도 46호선 북쪽 지금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내 나지막한 야산을 따라 40m쯤 걷자 2층 단독주택 6채가 있었다. 경량 패널로 지은 주택들은 외관도 허술했지만 열린 문 틈 사이로 드러난 내부는 더욱 어설펐다.
150㎡ 정도의 널찍한 공간에는 방을 구분하는 벽이 하나도 없었고 바닥은 방수포 같은 게 깔려 아직도 공사 중인 집처럼 보였다. 이 주택들이 남양주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 것은 모두 2004년 12월 말. 햇수로 7년이 넘었지만 주민들은 "한번도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유령주택'이 이 곳에 자리한 이유는 뭘까?
토지등기부등본 상 이 곳 6필지의 지목은 모두 과수원에서 대지로 바뀌었다. 당연히 공시지가도 치솟았다. 2004년 1월 1㎡에 5만6,900원이었던 공시지가는 대지가 되면서 1년 만에 57만9,000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96만6,000원까지 올랐다. 반면 지목이 과수원인 근처 토지는 올해 공시지가가 이 곳의 3분의 1 수준인 38만1,000원에 머물고 있다. 대지로 만들기 위한 위장용 주택인 셈이다. 더구나 이런 상태서도 이 주택들은 버젓이 사용승인을 받았다.
그린벨트에 들어선 유령주택에 수 십억원의 보상이 이뤄지게 돼 세금 낭비 논란을 빚고 있다.
26일 남양시와 경기도시공사에 따르면 그린벨트이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이곳에는 2015년까지 200만㎡에 걸쳐 1만2,900여 가구(보금자리는 9,100여 가구) 규모의 지금지구가 들어서게 되며 현재 토지보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축권을 토대로 지어진 이들 유령주택들도 당연히 보상에 포함된다. '개발제한구역특별법'이 규정한 이축권은 그린벨트 내 주택이 공공사업으로 철거 될 경우 해당 주택 주민이 자기 소유의 토지 어디든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해준 권리다. 다만 허가권자인 시는 사후 해당 토지가 원래 용도대로 사용되는 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 곳 주택들은 제대로 지어지지도 않은 상태서 사용승인이 났고 사람이 살지 않는데도 7년간이나 한번도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공무원의 묵인 없이는 힘들다는 게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허가 과정에도 의혹이 일고 있다. 이축권으로 인한 건축은 자기 소유의 토지에만 가능한데 이 주택들은 2004년 중반 건축허가 신청 뒤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넘어가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시 감사과도 이 같은 지적에 "건축허가 신청 시뿐만 아니라 진행 중에도 허가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소유권이 이전돼 요건에 맞지 않는 건축허가가 됐다"고 인정했다.
시민 이모씨는 "시가 없는 사람들이 그린벨트에 집을 지으려면 철저하게 따지면서도 유독 이 토지들에 대해서는 관대했다"며 "세금 낭비를 막으려면 불법적인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을 취소하고 원상복구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건축과 관계자는 "신청 시 제출한 토지 등기부등본을 기준으로 건축허가를 내줘 소유권이 이전됐는지 알 수 없었다"며 "전례가 없는데다 이해관계자들의 강한 반발 등이 있어 이제 와서 사용승인 취소는 어렵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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