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3월 4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에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말 동안 대규모 반대시위가 벌어졌고 야권이 푸틴 당선 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1인자 같은 2인자’ 생활을 청산하고 4년 만에 권력 전면에 복귀하는 푸틴은 임기 초반부터 야권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25일 러시아 제2도시이자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500여명이 참석한 푸틴 집권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푸틴 없는 러시아” “푸틴은 도둑”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를 행진했다.
시위에 참석한 변호사 이리나 미트로파노바는 AFP통신에 “(푸틴의 3선으로)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군주제 국가”라며 “공정한 선거를 요구하기 위해 이 곳에 왔다”고 말했다. 활발한 블로그 활동을 통해 반푸틴 운동의 선봉장 역할을 해 온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번 대선은 선거가 아니라, 푸틴 아닌 다른 사람을 찍어 정부에 가능한 한 더 큰 압력을 행사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좌파전선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는 “3월 4일 또 기만을 당한다면 우리는 그 이튿날 파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민심 이반 현상을 반영하듯 푸틴 진영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푸틴 지지자이자 국영은행 총재인 안드레이 코스틴은 신문 기고를 통해 “푸틴이 2018년에 또 출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정부 정책을 맹신하는 다수 유권자를 등에 업고 푸틴이 당선되더라도 지금처럼 효과적인 여론 통제를 할 수 없고 심각한 정통성의 위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그 수가 늘어난 중산층이 체제를 압도할 것이고, (경쟁에서 낙오한) 저소득층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내에서도 푸틴 체제가 현재와 같은 경직된 구조를 유지한다면 첫 임기 6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러시아 대선은 3월 4일 투표에서 1위가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면 21일 이내에 1ㆍ2위가 2차 투표를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푸틴 지지율이 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승부가 4일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5월 7일 취임식을 갖고 6년 임기를 시작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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