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이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법관인 최영(32·사법연수원 41기) 신임 판사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다. 길 안내용 점자유도블록, 글을 소리로 바꿔주는 음성변환프로그램 등을 최 판사를 위해 준비했다.
서울북부지법은 26일 “27일 오전 대법원에서 신임 법관 임명장을 받은 뒤 서울북부지법 민사11부 배석판사로 근무하게 되는 최 판사를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설치하고 업무를 도울 보조원을 채용하는 등 새 식구를 맞을 채비를 끝냈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고교 3학년이던 1998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졌지만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지금은 불빛만 희미하게 인식하는 수준인 시각장애 1급이다.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제50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을 동료 1,030명 중 상위 40위권의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최 판사를 위해 종이를 스캔해서 컴퓨터에 띄운 뒤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면 글을 읽어주는 음성변환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재판 기록을 살필 때 최 판사의 눈 역할을 대신한다. 재판기록 청취를 위한 지원실도 추가로 마련했다. 통상 합의재판부는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이 같은 판사실을 이용한다. 하지만 최 판사가 판사실에서 이어폰으로 장시간 재판 기록을 들을 경우 청력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에, 스피커를 설치한 청취실을 따로 마련한 것이다.
길 안내용 점자유도블록도 최 판사의 동선에 맞춰 설치했다. 그가 근무할 판사실과 지원실이 있는 9층, 도서관과 체력단련실이 있는 6층, 지하식당 등이다. 서울북부지법은 소송기록 파일화 작업, 기록 낭독과 영상자료 묘사 등을 지원할 보조인력 1명도 3월 중순까지 채용할 계획이다.
앞서 사법연수원은 최 판사가 사시에 합격하자 1억여원을 들여 주요 출입구,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에 음성안내 인식기를 40개 설치하고 시각장애인용 학습보조기구도 마련한 바 있다.
이창열 서울북부지법 공보판사는 “앞으로도 최 판사와 의견을 교환해 추가 업무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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