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다음달 3, 5일 개막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이에 따른 인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올해는 성장보단 사회안정에 방점을 둔 정책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공 2억3,000여만명 불만 고조
원로자문회의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3월 3일,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이틀 뒤인 3월 5일 각각 개최된다. 행사에는 중국 전역에서 지역별ㆍ직능별 대표 3,000여명이 참석, 중국의 지속적 발전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지혜를 모은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최근 양회의 주제가 온중구진(穩中求進ㆍ안정 속에 발전을 추구한다)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제성장을 먼저 추구한 뒤 사회안정을 도모하는 게 아니라 안정을 최우선시하고 그 다음으로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신화통신은 “외부의 환경은 우리의 손이 미치지 못하고, 내부의 문제도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만큼 먼저 성장을 안정화한 뒤 나중에 기회를 잡아 울타리를 뛰어 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온중구진을 위해 양회가 과연 어떤 안정책을 채택할지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교가는 일단 물가와 집값을 잡기 위한 고강도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에는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와 집값 폭등으로 사회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연간 1,000만채의 보장방(서민용 분양 임대 주택) 공급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소득 불균형과 빈부격차 등에 따른 사회양극화도 심각하다. 호적은 농촌에 둔 채 도시로 이주, 산업현장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농민공 2억3,000여만명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성장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공푸(共富)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심상찮은 기류다.
지도부 교체 앞둔 정치 격변 가능성
중국이 안정에 방점을 찍기로 한 것은 올해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10월 제18차 당대회(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중심의 제4세대 지도부가 물러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를 필두로 한 제5세대 지도부가 전면에 나선다. 중국 지도부의 올해 최대 관심사는 바로 순조로운 권력 교체인 셈이다.
최근 태자당(공산당 간부 자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 서기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한 ‘왕리쥔(王立軍) 사건’에서는 올해 중국 지도부가 안정에 조바심을 내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이미 중국 지도부 내에서 권력 다툼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후진타오 주석 중심의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동맹)과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의 태자당,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상하이방 등 3대 세력이 힘을 겨루고 있다.
사회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사안은 이외에도 도처에 널려있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시짱(西藏ㆍ티베트) 자치구의 분리주의 운동 등 소수민족 문제도 두통거리이다. 전역에 만연한 부정부패, 도농 격차, 부실 의료보험, 취업난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라 이번 양회는 현 지도부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차기 지도부가 순조롭게 권력을 넘겨받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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