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 당국이 이란이 핵무기 제조 단계에 진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최근 이란 핵개발에 대한 평가회의를 열어 이란이 아직 핵무기 개발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군사 공격의 명분이 될 수 있는 '레드 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미국이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정보 당국의 판단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농축우라늄의 생산을 확대했다는 보고서가 나온 직후 공개됐다. 일각에선 국제 사회의 이란 핵 대응 수위를 낮추려는 미 당국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전ㆍ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당국의 이번 판단이 5년 전 '이란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수년 전 폐기했다'는 평가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이란이 핵 폭탄 제조 시 반드시 필요한 핵탄두 디자인 프로그램을 재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2003년 핵탄두 디자인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이 같은 미 당국의 판단에 대해 이스라엘과 유럽 일부 국가는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미 정보당국의 판단 잘못으로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점과, 10년간 전개된 테러와의 전쟁에 따른 피로도 등이 이 같은 조심스런 견해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IAEA는 24일 이란 핵 활동 분기보고서에서 이란이 핵탄두 2개 가량을 제작할 수 있는 100㎏ 이상의 고농축(20%) 우라늄을 생산했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의 군사 전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IAEA는 이란이 나탄즈 핵시설에 328개, 포르도에 696개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해 20% 농축 우라늄의 생산 속도를 최근 3배 이상 올렸다고 밝혔다. 고농축 우라늄 생산기술을 확보하면 핵 탄두 제조가 가능한 90% 농축 우라늄 생산이 어렵지 않다.
IAEA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군사공격의 이유로 제시한 '면역지대'에 이란이 진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해오면 보복에 나서 이스라엘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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