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 구조가 다시 악화했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분배 지표인 지니 계수는 지난해 0.031로 전년의 0.030보다 근소하나마 높게 나타났다. 지니 계수가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균등해진다. 지니 계수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0.314까지 치솟았다가 개선됐으나 1년 만에 다시 흐름이 바뀌었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도 5.73배로 전년의 5.66보다 높아졌다. 특히 가처분 소득에서 공적 이전소득과 공적 비소비 지출을 뺀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 5분위 배율은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7.86배로 치솟았다. 중위 소득의 50% 미만 소득계층 비율인 상대적 빈곤율도 15.2%로 전년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18.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소득 불균형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 3가지가 모두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 조사결과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 불평등 구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멀게는 1990년대 말 본격화한 이래 다소의 등락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구조가 정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확인시킨다. 그에 따른 사회 저층의 좌절감과 마땅한 탈출구가 없어 빚어지는 사회 불안이 깊어질 것이 우려된다. 당장 양극화 해소에는 미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완화하는 것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야 함을 새삼 일깨운다.
문제는 소득 불균등 지표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이고, 따라서 정책 대안을 곧바로 일러주진 않는다는 점이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취업 경쟁의 승패가 사실상 양극화를 다시 반영하는 형태로 굳어져온 악순환은 약한 고리를 철저히 부수지 않고는 막기 힘들다. 교육 개혁을 통한 기회균등과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복지정책이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즉각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 성과에 대한 정부 개입, 가처분 소득을 재조정해 불균형을 시정하는 조세 정책이 그나마 즉효성 있는 정책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지만 양극화의 폭발성을 올바로 인식한다면, 사회 방어를 위한 양보와 타협이 결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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