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놓으면서 재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공약을 이행하려면 연간 43조~67조 원이 들어가는데, 조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예산의 재량지출 5% 축소, 비과세ㆍ감면 축소, 복지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연간 최대 9조4,000억 원에 그친다. 증세 없이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나 '보편적 복지'를 실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 정경대 교수도 23일 '글로벌 코리아 2012'에서 "세금을 더 걷지 않고 복지를 늘리겠다는 방안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어제 내놓은 조세개혁 방안은 복지 공약의 재원마련 로드맵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주당은 무상급식ㆍ무상보육ㆍ무상의료에 일자리ㆍ 주거ㆍ 복지를 더해 '3+3'공약을 제시했고, 매년 추가로 필요한 33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재정(12조3,000억 원) 복지(6조4,000억 원) 조세(14조2,000억 원)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조세개혁의 골자는 과표 1억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 14만 명에 최고세율(38%)을 적용, 1조 원을 더 걷고 과표 500억 원 이상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25%로 높여 2조8,000억 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또 장내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0.01% 세율을 신설해 1조2,000억 원~2조6,000억 원을 마련하고 조세감면 비율을 낮춰 8조 원을 더 걷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세제 개편으로 5조 원을 마련한다고 밝혔고, 곧 복지재원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부자 증세'나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경제 역동성 약화, 자산 해외도피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우리 조세부담률은 2010년 19.3%로 OECD 평균 26.7%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복지 정책의 적정성, 현실성을 둘러싼 논쟁은 바람직하다. 선거 때마다'우리가 남이가'식으로 지역 감정을 부추기거나 상대 약점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공세가 횡행했던 것보다는 백 번 낫다. 복지 공약과 재원 대책의 검증 대결은 선거의 격을 높여줄 것이다. 여야와 정부가 더 치열하게 논쟁하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