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이 뜨거웠던 NH농협금융지주 초대 회장에 예상을 깨고 내부 인사인 신충식(57ㆍ사진) 전 농협 전무이사가 내정됐다. 이로써 신 회장 내정자는 앞서 추천된 농협은행장 자리까지 겸하게 됐다. 농협 측에선 반기고 있지만, 고려대 출신인 그의 발탁 배경을 두고 뒷말도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24일 특별인사추천위원회를 열고 다음달 2일 출범하는 농협금융지주 초대 회장에 신 전 전무를 추천한다고 발표했다. 신 전 전무는 앞서 농협금융지주 산하 농협은행장에 내정됐다.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직을 겸임하게 된 것이다. 신 회장 내정자는 충남 예산 출신으로 용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나왔으며, 197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상무, 충남지역본부장, 전무 등을 지냈다. 농협 측은 "금융지주 출범 초기 안정적인 사업 정책을 위해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초 농협 측이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기로 하고 은행장 자리를 먼저 내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회장ㆍ행장 겸직 결정은 낙하산 논란을 비껴가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등에 대해 농협 내부의 반발이 거세자, 어부지리 격으로 신 전 전무가 회장과 행장 자리를 동시에 꿰차게 됐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신 내정자가 MB정부 최대 학맥인 고대 출신이라는 점 등에서 곱지 않은 시각도 많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4대 천황'이 금융계를 장악하고 있는 마당에 새로 출범하는 농협금융지주까지 고대 출신이 회장 자리를 맡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더구나 새 출발하는 농협에 변화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내부인사보다 외부 민간인사가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별인사추천위 김영기 위원장(농협중앙회 이사)은 "제한된 인재풀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하기 어려웠다"며 "금융지주사 대표 연봉이 3억원이 채 안 되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협금융지주 산하 농협생명보험 대표에는 라동민 NH농협보험 분사장, 손해보험 대표에는 김학현 농협중앙회 신용상무가 내정됐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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