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한 첫 국내 절차인 공청회가 농민단체 회원들의 단상 점거 사태로 파행 속에 종료됐다. 주최 측은 공권력을 동원해 농민단체 회원들을 모두 쫓아낸 후 간신히 공청회를 마쳤다. 하지만 농민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 외로 거센데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한중 FTA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정부 협상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오전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3층 컨퍼런스홀에서 외교통상부와 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한중 FTA 공청회'가 진통 끝에 종료됐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와 농수축산연합회 등 농민단체 회원 20여명은 공청회 시작 5분도 안돼 "농민을 다 죽이면서 무슨 공청회냐"는 구호와 함께 단상을 점거했다.
이들은 단상 뒤에 걸려 있던 '한중 FTA 공청회' 플래카드를 떼어낸 뒤 "한중 FTA 저지" 등을 외치며 공청회 중단을 요구했다. 결국 사회자가 10시10분 정회를 선포하면서 오전 공청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이어 오후 1시30분 공청회가 재개됐으나 농민 시위는 계속됐고, 주최 측은 오후 2시30분 경찰을 동원해 농민들을 회의장 밖으로 몰아낸 뒤 공청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 자체도 객관적인 여론 수렴의 장으로서 미흡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공청회 참석자는 "정부 측을 옹호하는 인사들만 나온데다 분야별 토론회도 이뤄지지 않는 등 말 그대로 요식행위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농민단체의 반발 등을 고려해 2단계 절차에 따라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농산물 등 민감성 분야의 합의를 끝낸 뒤 나머지 분야의 협상을 진행키로 중국 측과 의견을 모은 상태다. 하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농어민과 영세 제조업체 등의 반발에 가세할 경우 FTA 추진이 난관에 부딪칠 수도 있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이날 공청회 폐회사에서 농수산 및 취약 중소기업 업종이 민감 또는 초민감 품목이 되도록 배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영귀 연구원은 '한중 FTA의 거시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양허(讓許) 수준에 따라 한중 FTA 발효 후 5년이 되면 실질 GDP가 0.95~1.25% 증가하고 발효 10년 후에는 2.28~3.0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어명근 선임연구위원은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농업 부문의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양자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는 물론 농산물세이프가드 등 특단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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