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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연승기록 혹시 깨질라" 프로스포츠 감독들 징크스 피하기 '신앙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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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연승기록 혹시 깨질라" 프로스포츠 감독들 징크스 피하기 '신앙수준'

입력
2012.02.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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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강동희 원주 동부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 SK전에서 17연승이 좌절된 뒤 "(연승)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프로농구 최다 연승 신기록(16연승)을 갈아치우는 것까지만 목표라고 했었지만'지지 않는 것'을 마다할 리 없는 강 감독의 솔직한 속내였다. 연승 행진의 최대 고비였던 전주 KCC전에서 16연승을 작성한 동부는 사실상 남은 시즌 전승이 유력해 보였다. 다음 시즌까지 이어진다면 여자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이 지난 2008~09, 2009~10 두 시즌에 걸쳐 작성한 한국 프로스포츠 최다 연승(23연승) 기록도 넘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그룹 고위층까지 지켜 본 경기에서 하위권인 SK에 덜미를 잡히고 만 것이다. 신기록은 수립했지만 연승이 주는 부담감은 여전히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입증한 경기였다.

농구와 달리 변수가 많고 거의 매일 경기를 하는 야구는 연승이 쉽지 않다. 프로야구 연승 기록은 SK가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세운 22연승이다. 단일 시즌 기록 역시 2009년 SK의 19연승. 프로배구 최다연승은 2005~06, 2006~07 두 시즌에 걸쳐 삼성화재가 세운 17연승이다. 단일 시즌 최다 연승은 2005~06시즌 현대캐피탈이 기록한 15연승. 프로축구 K리그의 최다 연승은 울산과 성남이 똑같이 2002년부터 2003년까지 2년에 걸쳐 세운 9연승이다. 일주일에 몇 번씩 경기하는 다른 종목과 달리 축구는 일주일에 한 번 경기를 하기 때문에 연승의 의미가 남다르다. 무승부가 많은 종목의 특성상 연승보다는 연속 무패 기록에 비중을 둔다. 이 부문 최고는 2007년 성남과 지난해 전북이 기록한 22경기 연속 무패. 특히 전북의 기록은 현재진행형으로 3월3일 개막전에서 승리하면 신기록을 달성한다.

프로스포츠 사상 첫 정규시즌 6연패(連覇)를 달성한 여자프로농구의 신한은행은 프로스포츠 최다 연승 기록까지 갖고 있어 명실 상부한 리그의 최강자다. 아마추어 스포츠까지 통틀어서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52연승을 달성한 중앙대 농구부가 국내 스포츠에서 이 부문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연승에는 '징크스'가 따른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없지만 스포츠인들만의 독특한 믿음이다. 성인완 동부 단장은 연승이 중단된 뒤"사실 연승하는 동안 붉은 색 넥타이를 계속 맸다"고 털어놨다. 한순철 사무국장도 "기본적으로 면도를 하지 않았고, 상대 유니폼과 반대 색상의 넥타이를 착용했다"고 말했다. 징크스의 '화신'은 단연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김 감독은 SK 사령탑이던 2010년 4월13일 한화전에서 에이스 김광현을 내고도 패하자 밤새 고민하다가 면도를 하지 못하고 다음날 경기에 임했는데 승리하자 수염을 자르지 않고 내버려뒀다. 이후 승승장구하자 "질 때까지 수염을 자르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5월4일까지 계속 승리하면서 얼굴이 수염으로 뒤덮여 화제가 됐다. 5월5일 넥센에 1-2로 패한 뒤 김 감독은 말끔히 면도를 했다.

김 감독의 징크스는 거의 '신앙'수준이다. 경기에서 승리하면 다음날에도 전날과 똑같은 '동선'으로 움직인다. 원정경기일 경우 몇 시에 숙소에서 출발해 어느 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먹고, 이동 수단까지도 똑같이 반복한다.

심리적 압박감은 연승보다 연패가 더 하다. 악몽 같은 패배의 터널로 빠져 들수록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된다. 연승보다 연패 기록이 더 오래 가는 이유다. 프로농구 대구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가 1999년 한국 프로스포츠 최다인 32연패의 불명예 기록을 갖고 있다.

팀과 개인 종목, 전 세계 스포츠를 통틀어 최다 연승 기록은 누구일까. 스쿼시 선수였던 자한 기르칸(파키스탄)은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555연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 보유자로 알려져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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