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관왕 투수 윤석민(26ㆍKIA)은 큰 욕심이 없다. 부상과 슬럼프 없이 올 시즌을 치르는 게 소박한 목표다. 하지만 한 가지는 예외다. 바로 평균자책점 타이틀이다.
윤석민은 24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구장에서 열린 KIA와 SK의 연습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출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선수들과 함께 소속팀을 응원했다. 실전 등판은 오는 27일 야쿠르트전.
윤석민은 "그 동안의 노하우로 훈련량을 조절하고 있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컨디션이 좋다"며 "평균자책점은 투수를 판단하는 지표다. 승수와 삼진은 욕심 없고, 이 부문 1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윤석민은 그 동안 3차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06년(2.28)과 2008년(2.33)에 이어 지난해 2.45로 대한민국 최고의 오른손 투수로 우뚝 섰다. 이명우 전 투수 코치(화순고 감독)에게 다양한 변화구를 배우며 투구에 눈을 떴고, 상대 타자들로부터 알고도 못 치겠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는 "류현진(한화)이 다른 타이틀은 모두 가져가도 상관없다. 그러나 평균자책점 만은 용납할 수 없다"며 "2점대 초반을 찍는 게 목표다. 최악의 경우에도 3점대를 넘어서면 안 된다"고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할 계획이다. 지난해 7개 구단 타자들은 윤석민이 2가지 종류의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입을 모았다. 횡과 종으로 다양하게 떨어지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예리하게 꺾인다고 평가했다. 직구도 예전과 달리 묵직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윤석민은 그러나 "과찬"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일부러 슬라이더를 두 가지 종류로 던진 게 아니다. 그립(공을 잡는 방법)도 똑같고, 의도하지 않게 달리 떨어지는 것"이라며 "다만 직구는 내가 봐도 지난해 정말 좋았다. 부상 없이 몸 관리를 잘한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윤석민은 든든한 후원자까지 생겼다. 이미 20년 전 투수 4관왕 기록을 썼던 선동열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이다. 최고의 두 오른손 투수의 만남. 윤석민은 "역시 전설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명필가는 글쓰는 사람의 미세한 변화도 한 눈에 알아본다. 선 감독이 꼭 그렇다"며 "작은 변화를 금새 눈치채고 조언해 주신다. 실제로 비디오로 확인해 보면 정말 달라져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오키나와=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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