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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복지국가의 정도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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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복지국가의 정도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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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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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포퓰리즘 논쟁이 한창이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복지정책공약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1년여 전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가 한국형 복지국가의 정책방향을 먼저 제시하면서 복지가 온 나라의 화두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보편적 복지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무상복지 공약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바야흐로 복지 포퓰리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 논쟁은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복지국가가 어떤 것이냐 하는 성격 논쟁과 국가의 이념적 지향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인기 영합식 복지 공약에 대한 비판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직접 나서서 각 정당의 복지공약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지나친 복지정책이 경제성장의 역동성을 앗아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간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선진복지국가 진입 단계에 들어선 우리나라로서는 지금의 복지논쟁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복지국가의 방향설정,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복지논쟁을 선진복지국가로 들어가는 시점의 진통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논쟁이 여야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되거나 지나친 이념논쟁으로 흘러가 복지의 본질을 훼손하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복지국가의 정도로 가자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대한민국을 건국할 때 자유자본주의체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유럽에서 발달한 생존권적 기본권이념을 도입하여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헌법을 제정하였다. 그 후 30여년간은 전쟁, 정치적 혼란, 경제적 빈곤 등의 어려움으로 복지정책을 전혀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간의 빠른 경제성장 덕분에 1970년대 후반부터 30여년 동안 유럽에서 발달한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 등의 복지제도를 도입하여 웬만한 복지제도의 틀은 다 갖추게 되었다. 제도만이 아니라 프로그램, 시설, 인력, 재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도 큰 발전을 이룩하였다. 시장경제체제를 기본으로 한 중산층 중심의 복지국가모형으로서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단계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복지국가의 정도는 지금까지 발전해온 이와 같은 복지국가정책을 유지하면서 그 내실을 기하는 것이다. 다른 형태의 복지국가모델을 새삼 찾을 일이 아니다. 물론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서 복지정책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중산층 중심의 복지국가를 완성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복지국가의 정도를 받아들인다면 각종 정당은 선거철이라고 해서 정도를 넘어선 복지공약을 남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복지와 표의 관계는 아주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복지는 생활상의 혜택이므로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득이 된다. 그러니 표와 연결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 점을 이용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러니 표를 의식해서 복지공약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국가경영을 책임지는 정당이라면 이와 같은 복지 포퓰리즘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표를 의식해서 마구잡이 식으로 공약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 공약을 집행하는데 따른 재정부담 등 국가적 영향에 대하여 심각한 검토를 선행한 후에 발표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 모두의 책임이 중요하다. 먼저 복지의 본질, 복지국가의 성격, 복지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이해해야 한다. 복지란 공짜가 아니다. '복지-혜택-표'의 공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복지-혜택-재정소요-책임'의 공식에서 복지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모두 그 책임의 당사자라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복지에 대한 이와 같은 기본적 이해 위에서 각 정당의 복지공약을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지킬 수 없는 공약,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공약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잘 이해가 안 되면 전문가집단의 판단과 방향제시를 따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전 보건복지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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