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요 네스뵈 지음·노진선 옮김/비채 발행·624쪽·1만4,800원
길이 아닌 집안을 들여다보는 모양새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대형 눈사람이 세워진 겨울밤에 소년의 어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녀가 아끼던 목도리는 눈사람 목에 둘러졌고, 핸드폰은 눈사람 속에 파묻힌 채 발견된다. 독신에 일 중독자, 알코올 중독자인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장 해리 홀레는 두 달 전 받은 발신인 불명의 괴편지를 떠올리며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다. "눈사람이 사라질 때 그는 누군가를 데려갈 것이다"라는 예고가 담긴 이 편지엔 이런 구절도 들어있다. "누가 무리(Murri)를 낳았지?" 무리는 해리가 여러 해 전 사살한 연쇄살인범의 별명.
비상한 머리와 미모를 겸비한 신참 여형사 카트리네 브라트와 두 베테랑 수사관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린 해리는 지난 10년 간 노르웨이에서 기혼 혹은 동거 중이던 여성의 실종 사건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해리가 그 통계치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날, 오슬로의 한 숲에서 중년 여성이 피살된 채로 발견된다. 눈을 부릅뜬 채로 하반신은 눈덩이에 파묻혀 있는 시체 옆에서 해리는 전의를 다진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어둠이 어떤 맛이었는지."(136쪽)
190㎝의 장신에 깡마른 몸, 반항적 성격을 지닌 매력적인 형사 해리 홀레 반장은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52ㆍ사진)의 범죄 미스터리 시리즈의 주인공. 경제학을 전공하고 증권 중개업자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네스뵈는 37세에 이 시리즈의 첫 작품을 내며 늦깎이 작가로 데뷔했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지금까지 9권이 나왔는데, 이 책은 2007년 발표한 일곱 번째 작품이다. 반전이 거듭되는 치밀한 플롯, 내면이 살아있는 입체적 인물 묘사 등 미스터리의 정석에 충실한 수작으로, 노르웨이뿐 아니라 외국문학 번역에 인색한 영국,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