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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하나" 150년 만에 부활한 '옥스퍼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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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하나" 150년 만에 부활한 '옥스퍼드 논쟁'

입력
2012.02.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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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 영혼이 남을 것이라고 정말 믿습니까.” “짧게 대답하면, 그렇다 입니다.”

질문을 한 사람은 진화론의 대표적 옹호자이자, 신은 인간이 만든 망상이라는 주장을 담은 으로 논란을 일으킨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다. 대답한 사람은 영국성공회를 이끄는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다. 회의론과 종교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23일 옥스퍼드대에서 토론을 벌였다고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도킨스가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자 윌리엄스 대주교는 대답을 이어갔다. “영혼은 죽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저는 영혼에 대한 관념은 없지만 이미지는 갖고 있습니다. (영혼을 가진)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달리 자신과 자신의 목적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의 자기 반성 능력’이라는 말이 나오자 도킨스는 자신의 단골 주제를 꺼냈다. 그는 “진화론이 맞다면 인류는 인간이 아닌 조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다윈은 우리에게 무에서 모든 것이 창조됐다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생각에서 벗어날 용기를 줬습니다. 그런데 왜 창세기를 21세기 과학에 맞춰 재해석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왜 신이라는 혼란스러운 개념 때문에 세상을 복잡하게 봐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과학적’인 교수의 공세에 대주교는 ‘종교적’으로 대응했다. 윌리엄스 대주교는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만 봐서는 안됩니다. 창세기에는 창조자와 인간의 기원에 대한 깊은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신은 인간의 좁은 틀을 넘어서는 존재입니다”라고도 말했다.

신이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다면 왜 나날이 이렇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거냐는 물음에 윌리엄스 대주교는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신이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다면 왜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이 이뤄진 옥스퍼드대는 진화론에 대한 첫 토론이 벌어진 곳이라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1860년 찰스 다윈이 을 발간한 지 한 달 후 옥스퍼드대에서 새뮤얼 윌버포스 주교와 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가 논쟁했다. 윌버포스 대주교가 헉슬리에게 원숭이의 자손이라면 할아버지 쪽인지 할머니 쪽인지를 묻자, 헉슬리는 궤변에 지능을 쏟는 사람보다는 원숭이를 조상으로 삼겠다고 답한다. 이 일화로 헉슬리는 ‘다윈의 불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50여년이 지나 벌어진 종교와 과학의 토론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웠다. 이날 토론에 대해 BBC방송은 잘 준비된 방어논리를 시험해보는 ‘예의 바르고 지적인 체스 게임’이라고 평했고 가디언은 “상대에 대한 결정적인 타격이 없었다”며 도킨스 교수와 윌리엄스 대주교를 ‘섀도 복싱의 챔피언’이라고 표현했다.

도킨스는 “오늘 아침 샤워할 때도 찬송가를 불렀다”며 자신도 문화적으로는 성공회라고 밝혔으며, 대주교는 도킨스의 집필 활동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사회는 가톨릭 사제에서 철학자로 변신한 앤서니 케니경이 맡았다. 그는 “무지를 대표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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