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엘든 테일러 지음ㆍ이문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발행ㆍ284쪽ㆍ1만3,800원
1900년대 들어 담배 소비량이 주춤했다. 담배회사는 여성에게 눈을 돌렸다. 하지만 여성 흡연율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여성의 흡연은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홍보의 아버지'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이런 사회 통념을 역이용했다. 그는 흡연을 여성해방과 연결 지었다. 그렇게 나온 '꼼수'가 자유의 횃불 행진. 1929년 젊은 여성들은 담배를 피며 뉴욕 맨해튼 등 주요 시가지를 행진했다. 이 행진 이후 사람들은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것에 대해 관대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여성 흡연율은 1923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물론 담배회사가 이 행진을 기획했다는 건 아무도 몰랐다.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는 "대중의 심리를 조종하는 일은 민주주의 사회와 경제가 유지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버네이스의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한다. 도처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려는 이들이 넘쳐난다는 얘기다. 미국 최면치유협회가 공인한 최면치유사이자 책의 저자인 엘든 테일러는 그 세뇌의 핵심에 프로이트가 말한 '잠재의식(무의식)'이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프로이트에 따르면 수면 위로 나온 빙산(의식)은 수면 밑에 있는 빙산(무의식)의 극히 작은 일부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은 합리적인 의식보다는 통제 불가능한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저자는 의식할 수 없는 자극이 무의식에 영향을 미쳐 감정과 행동을 조종한다고 설명한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공화당의 TV 광고에 나온 'RATS(쥐새끼)'란 단어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앨 고어의 얼굴 위에 이 단어가 30분의 1초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꼼수를 들킨 공화당은 민주당(DEMOCRATS)이란 단어의 끝 세 글자이며, 사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 에모리대 연구진은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RATS란 단어에 노출된 사람은 해당 후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고 보고했다.
도박장의 슬롯머신이 금속접시를 쓰는 건 도박을 부추기기 위한 장치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딴 돈이 이 접시에 떨어질 때 나는 경쾌한 소리가 사람을 흥겹게 해 도박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세뇌된다는 사실을 하나 둘 알면 '진짜 나는 누구일까' 하는 물음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진짜 나를 찾는 방법 몇 가지를 추천한다.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명상, 자기최면과 자기암시 등이다.
이 책은 무의식을 조종하는 사례가 담긴 1부와 무의식을 잘 활용해 건강한 삶을 사는 법을 일러주는 2부로 이뤄졌다. 다양한 예를 들며 세뇌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한 1부와 달리 2부의 내용은 다소 추상적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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