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제임스 프렐러 지음ㆍ김상우 옮김/미래인 발행ㆍ248쪽ㆍ 9,500원
왕따와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있기 전부터 왕따와 학교폭력은 있어왔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비롯해 몇몇 '신문에 날 일'을 꼽으며 어른들은 작금의 학교폭력이 마치 21세기 신종 세태인 것처럼 혀를 차지만, 사실 학교폭력은 그들이 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부터 있던 문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영화는 학교폭력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이 비판적 입장에서 학교폭력을 그리고 있다면, <방관자> 는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 모두를 경험한 아이의 시선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다. 방관자> 우리들의>
중학교 1학년생인 에릭 헤이스는 가족과 함께 오하이오에서 롱아일랜드로 이사를 온다. 낯선 곳으로 이사 온 아이들이 그렇듯, 에릭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때 학교의 리더 그리핀이 에릭에게 다가온다. 그리핀은 잘 생긴 데다 성격도 좋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리핀에게 잘못 보인 아이들은 왕따를 당할까 조심해야 한다. 그리핀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의 엄석대보다 한술 더 떠 같은 반 학생 할렌백을 괴롭히며 악행을 일삼는다. 이 사실을 모르는 에릭은 처음에 그리핀에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해자 일당이 된 셈이다. 에릭은 그리핀이 자신의 집에 놀러 와 동생 루디의 돈과 CD를 훔쳐간 후 그리핀의 정체를 알게 된다. 에릭은 왕따인 할렌백에게 그렇게 참고만 살아선 안 된고 말하며 그를 도우려 애쓴다. 그러나 그리핀의 패거리에 끼여 왕따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할렌백의 배신으로, 에릭은 갑자기 방관자에서 피해자로 처지가 바뀌게 된다. 우리들의>
'방관자가 곧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이 소설은 일단 짧은 문장과 빠른 이야기 전개가 장점이다. 인터넷 단문에 친숙한 이 또래 아이들의 독서패턴을 꼭 맞춘 것 같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학생 스스로 방관하지 말라'는 교훈적인 메시지가 아쉽다. 계몽적인 방법이지만, 소설 속 에릭은 왕따를 벗어난다. 2009년 출간 이후 이 책은 뉴욕, 플로리다, 버지니아 등 미국 전역에서 중학교 사회과목 토론교재로 널리 읽히고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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