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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우리는 승부조작 없어요" 바둑토토 4월 시행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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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우리는 승부조작 없어요" 바둑토토 4월 시행 박차

입력
2012.02.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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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가 오래 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바둑토토사업이 막바지 초읽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기원은 작년 말 문화체육관광부에 '바둑을 스포츠토토 대상 경기 종목에 포함시켜 달라'는 주최 단체 지정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로 정부 승인이 떨어지면 4월에 개막하는 2012 한국바둑리그 경기부터 바둑 복표를 발행, 판매할 계획이다.

흔히 스포츠토토라 불리는 체육진흥 투표권 사업은 운동 경기를 대상으로 복표를 판매해 승패나 스코어 등을 맞춘 구입자에게 배당액을 지급하는 베팅 게임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을 맡고 스포츠토토(주)에서 상품 개발과 발매, 환급 등의 업무를 위탁 대행하고 있다.

2001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토토에는 현재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5개 종목이 참여하고 있다. 총매출의 절반 가량이 상금으로 환급되고 위탁 운영비,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 판매점수수료 등을 제하고 27% 정도가 수익금으로 남는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편입되거나 문화 체육 사업 지원, 공공 체육 시설 개보수 등에 쓰이고 나머지가 각 종목 경기 주최 단체에 지원된다.

지원금은 해당 단체의 운영비나 인건비 등으로 사용할 수 없다. 유소년 육성, 아마추어 활성화 사업 등 정해진 목적에만 써야 한다. 2011년의 경우 5개 종목에서 약 1조 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3%에 해당하는 500억원 가량이 각 경기단체에 지원됐다.

따라서 바둑이 스포츠토토에 들어갈 경우 복표 발행에 따른 수익을 재원으로 현재 추진 중인 바둑 세계화 사업이나 군 보급 활동 등에 박차를 가할 수 있고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스포츠 종목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바둑의 이미지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돼 제 2의 중흥기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둑계가 스포츠토토에 관심을 가진 지는 꽤 오래 됐다. 스포츠토토 초창기인 2004년 무렵부터 일부 프로 기사들을 중심으로 바둑토토 사업 참여 가능성에 대한 검토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당시에는 관련 기관의 경기 종목 확대나 연간 복표 발행 회차에 대한 제한이 엄격했고 무엇보다 바둑이 아직 스포츠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논의가 더 이상 구체화되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 대한바둑협회가 대한체육회 정가맹 단체 승인을 받았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싹쓸이해 바둑이 명실상부한 스포츠 종목임을 만천하에 알리면서 스포츠토토 참여에 대한 바둑계의 의지도 한결 구체화됐다. 게다가 그동안 경직되게 운영됐던 체육복표 발행대상 제한이나 연간 발행 회차 제한 등 각종 규제가 크게 완화돼 바둑토토사업 추진에 가속이 붙었다.

2010년 12월 한국기원 상임이사회서 공식적으로 바둑토토사업 추진이 결정됐고 2011년 2월 사무총장, 기사회장 등이 참여하는 토토 사업 추진 실무 위원회가 구성돼 프로 기사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고 10월에는 기사 총회를 열어 65.7%의 찬성으로 바둑 토토 사업에 적극 참여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스포츠토토 발행 사업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토토 상품 개발 및 경기 규칙 정비 등 바둑 복표 발행을 위한 모든 준비 작업을 마치고 작년 말 문화관광부에 스포츠토토 대상 경기 주최 단체 지정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여기까지는 모든 일이 마치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로웠다. 그러나 마지막 끝내기 단계에서 뜻밖의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 해 느닷없이 프로 축구 K리그 선수들의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더니 곧 이어 배구 야구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목으로 급속히 파문이 확대됐다. 사실 거의 모든 승부 조작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스포츠토토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 분위기가 사행성 산업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바둑토토사업에 대해서도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아직도 '바둑이 예도'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당수 바둑팬들은 "바둑 토토 사업이 바둑의 품격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인터넷 등을 통해서 격렬히 반대 의견을 표출했고 일부 프로 기사들도 "바둑의 특성상 자칫하면 본의 아니게 승부 조작이라는 오해나 비난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며 공개적으로 바둑토토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스포츠토토를 비롯해 경마, 경륜, 카지노 등 사행 산업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최근 바둑토토사업 추진과정에서 "도박 중독과 승부 조작 등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합의 절차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스포츠토토 경기 종목에 바둑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힘에 따라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바둑계는 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체육진흥투표권의 바둑토토 도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승부조작 방지 대책, 출전 선수 보호 방안 등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온 사업 시행 계획을 재점검하고 보다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모색한다.

한국기원 이사이자 소문난 바둑 애호가인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리는 이번 공청회의 발제자는 정수현 한국바둑학회 회장(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와 장원제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등이 나선다. 또 바둑이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발표한 바 있는 권준수 교수(서울대 의대),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프로기사 최규병 9단, 원성진 9단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한국기원은 이번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바둑토토 시행에 따른 여러 가지 우려와 부작용을 꼼꼼히 되짚어 보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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