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의 모든 것/이응준 지음/민음사 발행·340쪽·1만1,500원2
검도 5단에 일 잘하고 잘 생기기까지 한 집권 새한국당 의원 김수영. 의석 수가 둘뿐인 진보노동당 대표인 미녀 의원 오소영. 소설가 이응준(42)씨의 네 번째 장편소설은 이 두 사람, 보수 정당 노총각 의원과 진보 정당 노처녀 의원의 연애담이다. 남북통일 5년 후 서울의 암흑상을 그린 장편 <국가의 사생활> (2009)에 이어 이씨는 다시금 도발적 설정으로 독자의 눈길을 붙든다. 국가의>
총 82장으로 짜여진 이 소설은 각 장을 영화의 한 신(scene)으로 삼아도 무방할 만큼 시나리오적인 요소가 강하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희극적인 대사, 만화 같은 과장을 동원하는 사건이 어우러져 마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문자 매체 고유의 읽는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지적인 이 소설의 화자는, 그 말투가 마치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를 연상시키는데, 박식함과 재기 넘치는 입담으로 이야기에 윤기를 더한다. 특히 동서양 문호의 빛나는 문구를 빌려다가 한바탕 사설을 늘어놓기를 반복하는데, 셰익스피어 니체 쇼펜하우어 카뮈 카프카 스탕달 푸시킨 쑨원 신채호 이상 박인환 등 그 출처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폭넓다.
여당의 법안 날치기를 막겠다며 오소영이 내던진 소화기가 뜻하지 않게 김수영의 머리를 강타하면서 악연처럼 시작되는 주인공들의 사랑은 역시나 순탄치 않다. "혀끝에 총구가 달린 정신병자들로 가득 찬 대한민국"(132쪽)은 이념을 가로지르는 사랑에 여지없이 집중포화를 가한다. 여기에 "정적 모함과 고소에 고명한 따발총 저격수"(47쪽) 문봉식 등 (현실 어디선가 본 듯한) 정적들의 야비한 정치 공작과, '파시즘 혁명'을 도모하는 미치광이 꽃미남의 테러에 말려들면서 두 사람은 멀어져만 간다. 하지만 어찌 사랑에 여야가 따로 있으랴. 이 여의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은 정치판에 대한 풍자와 조롱, 다른 한편으론 어떤 난관도 이겨내는 사랑에 대한 찬가를 오가며 유쾌하게 달려간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