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에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10여년 간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세계 최대 카지노 제국을 함께 일군 스티브 윈(70) 윈 마카오 회장과 그의 친구이자 동업자인 카즈오 오카다(69) 부회장이 갈등 끝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카오의 카지노 회사 윈 마카오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오카다 부회장을 이사직에서 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카다는 2002년 이후 줄곧 윈 마카오의 부회장을 맡아 왔고, 윈이 14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카지노 제국을 건설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카지노 제국의 ‘넘버 2’ 오카다가 하루아침에 토사구팽 된 것은 지난달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법적 분쟁 때문이다. 최근 윈 마카오의 모회사인 윈 리조트가 마카오 대학에 1억 3,50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윈 리조트 주식 20%를 보유한 최대 주주 오카다가 이에 반대해 관련 회계장부를 보게 해 달라며 윈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이다. 이 사건으로 윈과 오카다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했다.
소송을 당한 윈 회장은 오카다가 보유한 윈 리조트 주식 20%를 시가보다 30% 싼 19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이사회 결정을 이끌어 내며 오카다에 역공을 가했다. 급기야 둘은 “외국 공무원을 매수하기 위해 돈을 뿌렸다”며 상대방을 비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코네티컷주 태생의 윈은 1960년대 20대 초반에 도박계에 뛰어 들어 승승장구를 거듭, 라스베이거스에 미라지, 골든너겟, 앙코르 호텔 등을 개발해 몰락하던 라스베이거스를 휴양ㆍ오락도시로 부활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해 기준 23억 달러의 개인 재산을 보유해 포브스 세계 부호 순위 512위에 올라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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