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드(전2권)/김형수 지음/자음과모음 발행·360,352쪽/각권 1만3,500원
소설가 김형수(53)씨는 '칭기스칸'(김씨는 표준 표기법인 칭기즈칸 대신 이 표기를 쓴다)이 '테무진'(표준 표기법은 테무친)으로 불리던 성장기의 고난을 딛고 마침내 몽골 고원을 평정하고 최고 지도자인 칸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재작년 10개월 동안 몽골에 머물며 현장을 답사하고 유목민의 신화, 민담, 역사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이 장대한 서사의 첫 장은 유목 부족, 특히 테무진이 속한 흰 뼈 부족의 기원을 보여주는 '늑대 서사'에 할애됐는데, 늑대와 인간 공주의 합궁으로 수렴되는 이 낯설고 의미심장한 신화를 통해 작가 는 13세기 몽골제국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예고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 "낡은 유럽중심주의 역사관을 대체할 그림이 있어야 새로운 역사관, 보다 바른 세계사 상을 찾을 수 있다"며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지는 9개 장에는 테무진과 그의 맞수 자무카가 번갈아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귀족인 흰 뼈 부족의 실력자였던 부친이 죽은 뒤 몰락한 가문을 건사하며 세를 불려가는 테무진. 검은 뼈 출신이라는 신분 제약을 딛고 몽골 고원을 지배할 야심을 품은 자무카. 두 호걸은 어린 날의 우정을 뒤로 하고 운명을 건 승부를 펼친다.
소설은 나아가 평범한 유목민들의 삶과 풍습을 적극 복원, 한때 세계 영토의 절반을 차지했던 몽골의 유목 문명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고원에서 부는 열두 가지의 바람소리를 식별할 수 있어야 어엿한 어른"(1권 46쪽)이 될 수 있었던, "개미 둥지가 꿩이 사는 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높이 솟아"(2권 47쪽) 있는 것으로 혹한의 겨울을 예견했던, "좋은 사람도 짐승의 하나라고 생각"(1권 70쪽)했던 문명. 하여 칭기스칸의 투쟁은 자연을 고통스럽게 하는 정착민 문명에 맞서 자연과 공존하는 유목 문명을 전파하려는 의지로 작품 속에 형상화된다.
책 표지 디자인은 안상수 홍익대 교수가 맡았다. 출판사 측은 "<조드> 는 7월부터 몽골 최대 일간지 '어드린 쇼당'에 연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드>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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