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명칭 변경을 두고 현직 국회의원과 아파트 입주자대표들 사이에 난데 없는 맞고소전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주민들끼리의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이 19대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의 아파트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힐스테이트. 2003년 현대홈타운(14동, 776세대)이라는 이름으로 완공된 이 아파트의 주민들은 2009년 고급브랜드인 힐스테이트로 바꾸기로 했고, 2010년 8월 현대건설로부터 명칭변경에 관한 긍정적 답변을 받아냈다.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명칭 변경 과정에 도움을 줬다며 아파트 주민(105동)인 민주통합당 영등포갑 지역위원장 김영주 전 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대건설이 두 달 뒤 "아파트 명칭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자 누군가 방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 돌았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명칭변경은 지난해 8월 결국 성사됐다.
명칭변경을 둘러싸고 잠복해 있던 내홍 조짐은 이 아파트(109동)에 사는 새누리당 전여옥 의원이 지난달 출간한 자서전 <전여옥의 사(私), 생활을 말하다> 에서 "동 대표단이 특정 정당 전위대 노릇을 하며 아파트 일에 있어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편파적 행위를 한다"고 비판하면서 결국 터지고 말았다. 더욱이 전 의원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으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에게 여러 차례 부탁하는 등 명칭 변경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전여옥의>
그러자 변양섭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등 6명은 지난달 6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전 의원을 서울남부지법에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지난해 6월 현대건설 측으로부터 현역 의원이 2012년 4월 총선까지 (이름 변경) 승인을 지연시켜 달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의원은 13일 변 회장 외 6명을 무고죄로 검찰에 고소하는 것으로 맞받았다. 전 의원은 "변 회장 등이 터무니없는 얘기로 나를 음해한다"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두고 볼 수 없어 사법적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말했다.
주민들마저 두 패로 갈라졌다. 정모(46)씨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투표소를 아파트 지하에서 인근 초등학교로 일방적으로 변경,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투표하는 것을 힘들게 하는 등 지나치게 정치색을 띄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모(61)씨는 "전 의원이 이름 변경에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 딴소리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23일 변 회장을 불러 참고인 진술을 들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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