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1: 최근 읽은 책에 기반해 지도를 만들어라. 예컨대 소설 <손도끼> (비행기 불시착으로 캐나다 북부 삼림 지대에 홀로 남은 소년이 손도끼에 의지해 생존해가는 내용)의 지도를 만든다면, 캐나다 삼림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책의 내용에 충실하게 만들되 방위표, 축적, 기호 등을 사용해야 한다.' '과제 2: 책 내용으로 게임을 만들어라. 단 조건은 과제 1에서 제작한 지도를 사용하는 것. 보드게임, 카드게임 어떤 게임을 만들어도 좋다. 게임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고 게임 규칙을 정해라.' 손도끼>
2009년 미국 뉴욕에서 문을 연 세계 첫 공립 게임학교 '퀘스트 투 런(Quest to learn·Q2L)'이 지난해 가을 6학년 학생들에게 실제로 낸 과제의 일부다. 한국의 중·고교(6~12학년)에 해당하는 이 학교에서는 게임원리를 이용해 일반 학교의 정규 교과 내용을 가르친다. 게임을 하면서 전략적 사고를 하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고, 지식을 쌓는 것. 비영리기관 놀이연구소, 미국 교육청 등이 힘을 합쳐 만들었는데 정식으로 공립학교 인가를 받아 설립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시카고에서도 2군데의 Q2L이 문을 열었고 올해도 한 곳이 추가 설립될 예정이다.
Q2L의 커리큘럼 제작에 참여했던 피터 리(한국명 이승택) 성균관대 영상학과 겸임교수는 "지난해 뉴욕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Q2L출신 팀이 1위를 했다"며 "미국 내에서도 학교에 대한 부모와 학생들의 평가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Q2L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국내에 ㈜놀공발전소를 만들어 게임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조만간 유니세프와 함께 게임을 통해 기아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구호게임을 내놓을 예정. 또 일부 혁신학교에 게임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을 준비 중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는 게임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이 부재하고, 이를 후원해주는 재단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게임업체들도 교육용, 기부용 게임을 내놓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해 말 영어, 수학의 퀴즈를 풀어 정답을 맞출 때마다 쌀을 적립하고, 이를 저소득 국가에 기부하는 '프리라이스'를 내놨다. NHN 한게임의 '에코프렌즈'는 친환경 건물을 짓고 나무를 심어 온실가스를 최소화하는 미션 수행을 통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게임. 한빛소프트의 '오디션 잉글리시', 나우콤의 '한자마루' 등도 게임을 하면서 영어와 한자를 익힐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면서 공부도 하는 '에듀테인먼트'에 대해선 아직 게임업체들도, 학생ㆍ학부모들도 인식이 높지 않는 상황. 국순신 연세대 게임연구원 겸임 교수는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좀더 체계적인 연구와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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