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일부 비상대책위원들이 연일 이명박(MB)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 대통령 탈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비대위 핵심인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MB 밀어내기'에 앞장서는 형국이다. 당내에선 "사실상 MB와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상득 의원 등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 "사실상 특검을 실시할 정도의 중요한 사안"이라며 "대통령이 '할 말이 없다'고 지나갈 사안이 결코 아니고, 할 말이 많은 사안"이라고 정면 공격을 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측근 비리와 관련해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국민께 할 말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선 "이미 범죄가 사실상 저질러진 형국"이라며 "최소한 (이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와 경호 쪽 관계자에 대해서는 기소가 불가피하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현정부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이 대통령과 '선 긋기'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통령의 기본 인식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앞서 김종인 비대위원은 22일 라디오에 나와 이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 "박 위원장이 '탈당 얘기는 하지 말고 정책 변화를 통해 차별화하겠다'고 했다"며 "그 문제는 누가 강요하는 것보다 당사자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상 이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권유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속으론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이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친이계 안형환 의원은 "5년마다 되풀이되는 한국 정치의 비극을 다시 한번 보는 것 같다"며 "이당 저당을 기웃거린 이상돈 비대위원은 자숙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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