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생활 십 수년 동안 '불법미행'으로 형사처벌 받았다는 사례는 듣도보도 못했다."
CJ그룹 측의 고소장을 받아 든 경찰이 고민에 빠졌다. CJ는 23일 오후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피고소인은 '성명불상'으로 적시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삼성 측을 겨냥했다.
CJ 측이 밝힌 고소취지는 '업무방해'혐의. 최근 성명불상자가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 해 업무에 방해를 받았고 이를 확인하려는 CJ 직원을 차로 쳤다는 내용이다.
고소장을 검토 중인 경찰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중부서 관계자는 "불법미행(감시)이라는 죄목이 과연 있는지 하루 종일 법전을 뒤져보고 있지만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소인 측이 적시한 피해사실로는 미행으로 인한 업무방해 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중부서는 이번 사건을 수사과와 형사과 중 어느 부서에 배당할지를 두고도 1시간여 동안 내부 회의를 벌였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상대방을 속이거나(위계), 상대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유ㆍ무형의 힘(위력)을 이용해 업무를 방해했을 때 해당된다. 이번 사건은 결국 형사과에서 맡기로 했다.
중부서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는 수사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는 형사과 소관"이라며 "위력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법률가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의 장유식 변호사(법무법인 동서남북)는 "민사상 '사생활 침해'로 소송을 걸 수는 있겠으나 미행 자체가 형법상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며 "업무방해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CJ 측은 "이재현 회장이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러 가다가 미행 사실을 알고 돌아왔기 때문에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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