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현안과 관련해 야권 지도부를 비판한 데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은 '야권 인사들이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서 말 바꾸기를 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몰아붙이며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총선이 50일쯤 남았는데 가장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여당의 정책을 옹호하고 민주당 정책을 비판한 것은 선거 개입"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이 대통령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옛 정권 사람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판하고 선전포고한 일은 없었다"며 "품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야당과 싸우면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노골적인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몰아붙였다.
한 대표는 도리어 "이 대통령이 말 바꾸기를 했다"고 역공을 펼치는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현정부 실패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다. 4ㆍ11총선 전망에 대해서는 "1차 목표는 원내 제1당이 되는 것"이라며 "개인적 생각으로는 과반 의석을 얻고 싶다"고 밝혔다.
_이 대통령이 야권 지도부의 말 바꾸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말 바꾸기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 대통령이야 말로 정말 말을 바꿨다. 세종시 문제만 해도 수차례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고서는 하루아침에 백지화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나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_한미 FTA에 대해 실제로 한 대표의 말이 달라졌는데.
"참여정부의 한미 FTA와 이 정부의 것은 다르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국제적 금융질서가 크게 변했고 신자유주의를 대수술해야 할 시점이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FTA를 찬성할 수 없다."
_박근혜 위원장은 "야당이 심판 대상"이라고 말했다.
"정치 역사상 야당 심판이란 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정권 심판론에 대한 공포감, 부담감 때문에 그런 전략을 내세운 것 같다. (현정부의) 총체적 실패에 박 위원장도 방조하고 동참했다. 난폭운전을 하는데 조수석에서 나란히 가고 방관한 것은 공동책임이다."
_부산ㆍ경남 지역의 총선 전략은 무엇인가.
"새누리당의 전략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두 자리 수 의석을 차지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_호남 의원 상당수가 중도보수 세력으로 분류된다.
"호남 지역 언론 조사에 따르면 호남 의원들의 교체 확률이 높다. 결과를 지켜보면 어떻게 될지 알 것이다. 그러나 성향을 구획 지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한명숙은 계파가 없고, 권력을 강화할 이유가 없다. 대선 출마도 안 한다."
_박근혜 위원장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는데.
"안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될 때 힘을 실어줬다. 그가 추구하는 사회 변혁의 길은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변화의 길과 맞아떨어진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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