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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아랫배쪽 뭔가 걸린 듯 볼록… 중년 이상 탈장환자 점점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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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아랫배쪽 뭔가 걸린 듯 볼록… 중년 이상 탈장환자 점점 는다

입력
2012.02.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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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물건을 힘 줘서 들어올리는 일을 계속하면 탈장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한다고 누구나 탈장을 겪는 건 아니다. 성인 남성의 약 4분의 1만이 탈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성에선 훨씬 드물다. 전체 탈장 환자의 10분의 1가량이 여성이다.

탈장은 다른 병처럼 운동한다고 예방되지 않는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탈장되고도 모른 채 지내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일단 탈장 사실을 발견하면 곧바로 수술로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저절로 낫거나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환이 움직인 흔적

멀쩡하던 성인 남성이 한동안 아랫배 쪽이 좀 불편하다더니 얼마 지나 수술한다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바로 탈장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생긴 것 같지만 사실 이런 사람은 어릴 때부터 탈장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물론 본인은 몰랐을 터다. 걸을 때 아랫배나 서혜부에 뭐가 걸리는 듯한 느낌, 소화가 전보다 잘 안 되는 느낌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탈장이 왜 생겼는지를 따져보려면 엄마 뱃속에 있던 태아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태아 때 남자아기의 고환은 원래 뱃속에서 만들어졌다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그러다 임신 8주쯤 되면 복부 근육을 뚫고 음낭으로 빠져 나온다. 고환이 정자와 남성호르몬을 제대로 만들려면 온도가 낮은 배 밖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4분의 3 정도는 고환이 내려와 빠져 나온 길(구멍)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막힌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열려 있거나 완전히 막히지 않는다. 그러면 화장실에서 힘을 많이 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기침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뱃속 압력이 올라가면서 복강 안에 있어야 할 장기가 바로 이 길을 따라 근육을 뚫고 복막을 밀면서 피하지방 근처까지 나오게 된다. 장기가 압력에 밀려 제 위치를 이탈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피부가 불룩하게 나온다. 이렇게 탈장 되는 장기로는 소장이 제일 흔하다.

고환이 빠져 나간 길이 완전히 막힌 사람은 복압이 올라가도 탈장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다 막히지 않은 4분의 1의 남성이 모두 탈장을 겪는다는 소리는 또 아니다. 담배를 피워 복근이 약해졌거나 비만이나 다른 병 때문에 복압이 유독 높은 경우 탈장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아도 태아 때 남아와 비슷한 위치에 작은 구멍이 생기지만 난소가 빠져 나오진 않는다. 드물지만 이 구멍이나 주변 복근 일부가 약해지면서 여성에서도 탈장이 생길 수 있다.

한번 생기면 자연 치유 안돼

탈장은 몸에서 일어난 구조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약물로 치료가 안 된다. 빠져 나온 장기를 제자리로 넣고 인공막을 대 구멍을 막아주는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탈장클리닉 허경열 교수는 "운동으로 근육을 키워 틈새를 막아보려는 환자도 있지만 무리한 운동은 탈장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번 생긴 탈장은 알아서 회복되지 않는다. 일단 장기가 빠져 나가기 시작하면 점점 심해지면서 통증까지 나타난다. 튀어나온 장기가 꼬이거나 하면서 썩기 시작하면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수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배를 가르는 전통적인 방법과 가르지 않고 복강경을 쓰는 방법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탈장클리닉 최승훈 교수는 "성인 탈장 수술의 약 15%가 복강경 방식"이라고 말했다. 개복하지 않아도 되는 복강경 수술을 환자들이 선호하긴 하지만, 복강경 수술이 어려운 탈장도 있다. 최 교수는 "장기뿐 아니라 지방덩어리(대망)까지 빠져 나와 달라붙어 야구공이나 배구공만하게 커진 경우는 배를 열어 일일이 손으로 뜯어내야 한다. 또 출혈이 심한 환자, 심장이나 간이 나빠 마취가 어려운 환자는 복강경 수술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탈장 고령화 추세

과거엔 탈장이 주로 어릴 때 생긴다고 여겼다. 실제로 수술도 취학 전 아이들이 주로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탈장 수술을 받는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허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고환이 내려왔던)틈새가 벌어지거나 복벽이 약해져서, 또는 복부 비만으로 복압이 높아지면서 탈장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일단 검사결과 탈장을 알게 되면 일찍 수술을 받으라고 권한다. 장기는 제자리로 넣고 구멍은 인공막으로 바로 막더라도 장기가 빠져 나갔던 자리(탈장낭)까지 없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수술이 늦어져 탈장낭이 커질수록 수술 후 물이 고이는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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