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첫 북미대화가 2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다. 북한 핵문제와 대북 식량지원 등을 놓고 얼굴을 맞댄 양측이 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하기로 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이하 현지시간)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만나 3차 고위급 회담을 가졌고, 오후 3시부터 주중 미대사관으로 장소를 옮겨 6시 넘게까지 마라톤 회담을 이어갔다.
지난해 10월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2차 고위급 회담이 열린 이후 4개월 만에 열린 북미대화에서 양측은 핵심 의제인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식량지원의 규모 및 방식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합의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대량살상무기(WMD) 모라토리엄 선언 등 비핵화 사전조치를 요구한 반면, 북측은 30만톤 규모의 곡물지원과 대북제재 해제 등을 끈질기게 주장하며 미국의 선 양보를 끌어내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회담 직후 숙소인 웨스틴호텔에서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북측과 여러 문제에 관해 본질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고, 회담을 하루 더 하기로 했다"면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전날 "북핵 6자회담 재개는 상대에게 달렸다"며 공을 북한에 넘겼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김계관 제1부상 역시 회담을 마친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진지한 자세로 협의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에 호의적 평가를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양측이 예정된 회담 시간을 1시간가량 넘긴 점이나 일정에 없던 만찬을 함께 한 점도 협상 타결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회담이 열린 북한대사관과 미국대사관 주변에는 100여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첫 북미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중국 반관영 통신사인 중궈신원(中國新聞)은 "3차 북미 고위급회담은 6자회담 재개 여부를 가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23일 보도했다. 통신은 "양측 대표들은 회담을 통해 6자회담 재개 등과 관련해 논의할 것"이라며 "회담에서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의 대외정책 노선이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우리정부 관계자는 "최종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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