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출신의 측면 날개 남태희(21ㆍ레퀴야)는 또래들로부터 '축구도사'로 불렸다.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중ㆍ고 랭킹 넘버1으로 꼽혔다. 2007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유학 프로그램에 뽑혀 지동원(선덜랜드), 김원식(서울)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수학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유학을 갔던 3명 중 남태희만이 유럽에 잔류하며 프랑스 리그1에 출전했다는 점이 출중한 기량을 반증한다.
그러나 2년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지동원이 K리그에서의 맹활약을 발판으로 꿈의 무대인 EPL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반면 남태희는 발랑시엔의 사령탑 교체 이후 벤치만 달궜다. 이로 인해 A대표팀은 물론이고 올림픽대표팀에서도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남태희는 지난해 12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중대한 기로에 섰다. 그리고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카타르 이적을 결심했다. 출전시간 확보와 자멜 벨마디 감독의 연결고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럽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려 했던 남태희의 축구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남태희는 입단과 동시에 카타르리그 8경기에서 4골3도움을 기록하며 주전입지를 굳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런던올림픽 4차전을 앞두고 남태희는 홍명보 감독을 찾아갔다. 면담을 통해 자신의 확고한 올림픽 출전 의지를 표현한 남태희는 오만과의 5차전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승선했다. 지난해 2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남태희에게 올림픽대표팀 승선은 다소 늦은 셈이다. 남태희의 에이전트 측은 "그 동안 태희가 구단의 반대에 부딪혀 청소년(20세 이하) 월드컵 등을 나가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워했다"고 털어놓았다.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남태희는 홍명보 감독에게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22일 오만전에서 전반 15초 만에 벼락 같은 슈팅으로 결승골을 쏘아 올려 홍 감독과의 약속을 지켰다. 남태희가 합류한 올림픽대표팀은 최종예선 최고의 경기를 펼치며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마침표를 찍었다.
남태희의 득점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에이전트 측은 "오랫동안 타지에서 혼자 생활한 태희가 대표팀 내 선후배 등 분위기 적응에 적잖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득점포와 전지훈련 생활 등으로 남태희는 '홍명보호'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확인했다.
'밥 먹으면서도 양 발은 공을 차고 있다'고 할 정도로 연습벌레인 남태희는 특별한 롤모델이 없다. 자신의 축구계발에만 초점을 맞춘다. 대신 재능을 기부하는 열정과 희생정신이 돋보인다. 그는 A대표팀에 뽑힌 뒤에도 시간을 쪼개 모교인 진주 봉래초에 가서 후배들에게 축구 클리닉을 해주며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팀 워크와 희생을 강조하는 '홍명보호'에 남태희는 준비된 선수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런던올림픽 본선에서도 남태희의 활약은 큰 기대를 모은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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