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따 엄마를 찾고 싶어요."
23일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가 열린 알펜시아 리조트. 크로스컨트리 1km 종목에 출전한 민상아(20)는 결승점을 앞두고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수 차례 넘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8분42초 만에 결승 테이프를 끊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흥건한 땀을 닦으며 "조금 힘들지만 24일 열리는 크로스컨트리 500m에서는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민상아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지적장애(3급)를 가진 그는 14년 전인 1998년 가을 전남 나주 시외버스터미널을 배회하다 한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 맡겨졌다. 고향이 어디인지, 나이가 몇 살인지 모르는 민씨는 복지시설에서 성도 이름도 나이도 미상(未詳)인 미상아(未詳兒)로 불리다 민상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치아생태로 추정한 1992년이 생년이 됐다.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는 것이 의사표현의 전부였던 민씨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스포츠를 접하면서부터다. 그는 2005년 복지시설에 부임한 물리치료사 김수옥(49·여)씨를 만나 마라톤을 시작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운동화 끈을 동여맸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기록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마침내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스페셜올림픽 육상 1,500m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민상아의 꿈은 스페셜 올림픽에 출전, 금메달을 따 유명해져 엄마를 찾는 것이다.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부모가 마냥 그립기 때문이다. 이번 동계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에 참가한 것도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민상아를 지도하는 김수옥씨는 "상아는 항상 게으름 피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며 "상아의 도전은 다른 장애인 가족들에게도 큰 용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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