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정모(30ㆍ무직)씨는 자신이 1만1,000주나 보유하고 있던 코스피 상장업체 D사의 주가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속앓이를 했다. 주식 대박을 꿈꾸던 정씨는 곧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정치인 테마주 만들기' 작전에 나서기로 마음 먹었다. 정씨는 일단 유력 대선후보로 주목 받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한 남성이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냈다. 이후 문 고문 옆의 남자를 D사 대표인양 꾸미기 위해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후 같은 달 27일 인터넷 증권거래사이트에 게시했다. 'D사 대표가 문재인 고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주가 폭등이 예상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자 통상 1,100원 전후 가격으로 거래되던 D사 주가는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장중 4,200원까지 급상승했다. 그러나 정씨가 손에 쥔 시세 차익은 채 200만원도 되지 않았다. 정씨 자신은 D사 주식을 평균 1,120원 대에 구매했지만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것에 놀라 보유주식 모두 평균 1,245원에 팔아버렸기 때문. 문제의 사진이 D사와 관계없는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주가는 결국 1,800원선까지 급락했다.
서울 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호경)는 23일 정씨를 주가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정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입수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증권 정보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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