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교육 수요가 커지면서 지역 내 교육 여건도 따라 좋아지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4년째 내리 경북 영덕군 내 3개 고교 예비 신입생 30명을 데리고 겨울마다 상경, ‘자연과학 공개강연’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영덕군청 총무과 직원 최현순(36)씨는 “서울에 다녀온 뒤 자연계로 진로를 선택하고 싶다는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영덕군이 이 행사에 학생들을 참가시키고 있는 건 2007년부터. 2006년 행사 주최 측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과 맺은 협약이 계기가 됐다. 20명인 단체 접수 정원보다 10명을 더 보낼 수 있는 데다, 학교 측 배려로 미리 30명분의 자리도 확보된다. 최씨는 “영덕군 내 고교에 진학하면 행사에 수월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항ㆍ안동 등 도내 다른 지역 고교로 진학하려던 중학생들이 군에 남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군내 고교 정원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학교에 자연계 반조차 꾸릴 수 없는 형편이지만, 영덕군은 장학재단(교육발전위원회)을 통해 자연계 지망생들을 위한 수리Ⅱ 과목 강사 지원까지 따로 해줄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에 부응하려 애쓰고 있다.
행사가 회를 거듭하면서 참가 학생들의 적극성도 커지고 있다. 최씨는 “초기엔 단순히 성적 순으로 끊어 상위권 학생들을 데리고 왔지만 이젠 참여하려는 열의가 어느 정도냐를 보고 학생을 선발한다”며 “강연 집중도가 올라가는 게 확연히 보인다”고 말했다.
역시 4년 전부터 매년 예비 2학년들을 이끌고 강연을 들으러 오는 전남 순천매산여고 교사 김용현(35)씨는 “막연히 자연계를 생각하던 학생들이 강연을 들은 뒤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서울대 측은 해마다 커지는 반향에 고무된 분위기다. 신민식 서울대 자연대 대외협력부학장은 “각급 학교에 공문을 발송한 지 1시간 만에 제한된 정원이 다 찼다”며 “19년 간의 과학 대중화 노력이 꽃을 피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서울대 자연대학장은 “20년째인 내년에는 현재 1,800석 가량인 행사장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