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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역사 속 인물의 삶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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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역사 속 인물의 삶에 꽂히다

입력
2012.02.2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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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후 엘리자베스와 18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일제 강점기 청산리 대첩으로 독립운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좌진 장군이 2012년 한국 뮤지컬 무대에서 부활했다.

뮤지컬은 노래와 춤, 무대장치 등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성상 전혀 새로운 이야기보다 영화, 소설 등 잘 알려진 이야기를 토대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 장르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역사 속 실존 인물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 많다. 한때 큰 인기를 모은, 영화를 무대로 옮긴 무비컬, 대중음악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에 이어 '일대기 뮤지컬'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뮤지컬 시장을 주도하는 외국 작품의 라이선스 공연은 물론 창작 뮤지컬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을 무대로 불러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에바 페론의 극적인 삶을 그린 '에비타'가 바로 지난달 막을 내린 데 이어 '엘리자벳'과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독립운동가 김좌진의 삶을 그린 '백야'가 현재 공연 중이며 이달 말에는 창작 뮤지컬 '이육사'가 개막한다. 하반기에도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와 안중근의 생애를 조명한 창작 뮤지컬 '영웅'의 재공연, 엘리자베스 황후의 아들이 주인공인 라이선스 신작 '황태자 루돌프' 등이 예정돼 있다.

일대기 뮤지컬의 유행은 대중에 친숙한 실존 인물을 앞세움으로써 공연 마니아뿐 아니라 보다 폭넓은 관객층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또 창작 뮤지컬의 경우 영화나 대중가요 등을 차용한 작품에 제약이 되기도 하는 저작권 계약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역사 속 인물을 다룬 일대기 뮤지컬에서는 공연 구성 면에서도 몇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사실 일대기 뮤지컬은 주인공의 생애를 연대기 순으로 따라가다 보면 자칫 지루해지기 쉽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작품에는 대부분 주인공 캐릭터를 한층 부각시킬 수 있는 장치로서 허구의 인물이 등장한다.

'영웅'의 경우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 설희와 중국인 소녀 링링을 안중근의 주변 인물로 설정했다. 연출가 윤호진씨는 "안중근 한 사람의 이야기로만 극을 끌고 가면 지루하기 때문에 관객이 안중근의 이미지를 그리면서 기다릴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이들 가상 캐릭터에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야' 역시 민욱과 은희라는 가상의 인물을 넣었다. "민욱과 은희는 어쩔 수 없이 고통의 삶을 감내해야 했던 일제 강점기의 수많은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대의를 위해 일상적 삶을 포기한 김좌진과 대비되는 캐릭터"라는 게 작가 김영인씨의 말이다.

'엘리자벳'에 등장하는 의인화된 죽음 역할이나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삐에로 역할은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각각 주인공 엘리자벳과 모차르트의 내면을 드러내는 캐릭터로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또 인물의 전 생애를 다루다 보니 TV 사극이나 시대극처럼 관객의 시선을 끄는 아역 배우들이 한두 명쯤 등장하는 게 이들 연대기 뮤지컬의 특징이기도 하다. '엘리자벳'의 루돌프 아역이나 '모차르트!'의 아역, 내년 초 공연되는 '명성황후'의 고종 아역은 등장만으로도 관객의 애잔한 정서를 건드린다.

하지만 드라마를 강화하기 위한 이런 장치들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자칫 역사적 텍스트와의 부조화로 관객에게 외면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연출가 조용신씨는 "대중이 너무 잘 아는 인물은 픽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성공한 일대기 뮤지컬은 허구의 캐릭터도 철저히 자료에 근거해 만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만큼 아이템 선정에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실존 인물을 다룬 뮤지컬은 이 인물을 통해 지금 시대를 되짚어보는 재미가 핵심"이라며 "주인공이 이 시대에 상기할 만한 인물이라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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