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은 23일 당정회의를 열고 중국 내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 '한국인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신원을 보장하면 중국이 탈북자들을 한국이나 제3국으로 보내는게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지만, 한중 양국간 정치적 협의가 전제되지 않은 증명서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한국인증명서를 발급해 주면 중국 공안이 탈북자들을 석방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의원들이 회의에서 발급을 촉구했고 외교부 장관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며 "검토한 결과를 갖고 추가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인증명서라는 서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재외공관에서는 한국인이 여권을 분실할 경우 전산망 조회를 통해 국내 거주여부를 확인한 뒤 여행자증명서(T/C)를 발급하고 있다. 긴급한 사유가 인정되면 외국인이나 무국적자, 해외동포에게도 T/C를 발급하지만 극히 예외적이다.
그러나 중국내 탈북자를 다른 국가로 보낼 때는 중국 정부의 사전 양해가 필수적이다. 중국이 탈북자를 국경을 넘은 불법 체류자로 간주하며 한국 정부의 인도주의적 요청을 계속 거부하는 한 T/C는 한낱 종잇장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 탈북자를 출국시킬 때도 중국 정부가 먼저 허가한 뒤에 T/C를 요식행위로 덧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다른 문제도 있다. 중국 정부와 협의를 하려면 정부가 먼저 탈북자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 하지만 탈북자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재외공관과 외교부, 국가정보원이 합동으로 신원을 파악하는데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자가 10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일이 가려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인의 피해도 우려된다. 탈북자에 대한 T/C가 무차별로 발급될 경우 신뢰도가 떨어져 실제 중국에서 여권을 분실한 한국인의 T/C를 중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이날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 의원은 결의안을 통해 "1982년 국제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등에 가입한 중국이 20년 이상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시키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반인륜적∙비인도적 인권 정책은 즉각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에는 새누리당 소속 정의화 국회부의장과 김형오 전 국회의장,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 선진당 심대평 대표와 이회창 전 대표 등 29명이 서명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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