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각계각층에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이 제 역할을 찾고, 학교와 사회의 몫까지 모두 아우르는 홈스쿨링(Home-schooling)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지구촌교회에서 만난 진재혁(47) 담임 목사는 부모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가르치는 홈스쿨링 예찬론자다. 진 목사 자신도 2000년 케냐에서 선교사로 사역할 때부터 1남 2녀를 홈스쿨링하고 있다.
홈스쿨링은 1970년대 미국에서 학교 내 폭력과 마약 등 문제가 만연하면서 시작됐는데, 지금은 홈스쿨러가 전체 학생의 3.8%(204만명)에 달하고 대부분의 주(州)가 이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식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는 국내에서도 어느덧 5,000여 가정이 홈스쿨링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000여 가정이 교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
지구촌교회는 2005년부터 홈스쿨링을 지원했다. 2008년부터는 교회 안에 ‘글로벌 홈스쿨링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크로스’라는 자체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등 홈스쿨링 지원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금은 이재헌 목사를 비롯해 10명의 교역자들이 연간 5억~6억원의 예산을 들이면서 150여 가정, 200여명의 아이들을 돕고 있다.
물론 교육과정으로만 본다면 지구촌교회의 홈스쿨링 지원은 걸음마를 갓 뗀 수준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기쁨과 행복’이 있다. 진 목사는 “간혹 학교에서 폭력과 왕따에 시달리다가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모가 사랑과 관심으로 교육을 시작하면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속도로 변하는 것이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진 목사가 홈스쿨링을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꼽는 까닭은 “자녀에게 가장 알맞은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가장 잘 아는 부모가 교육도 제일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사실 교육의 1차적 책임은 국가도 사회도 아닌 부모에게 있다”며 “자녀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공교육이 부모가 정말 원하는 가치나 인성, 지식을 배우는 데 효과적인가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홈스쿨링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깨우쳐 자기 인생도 주도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이 ‘너, 학교 보낸다’는 말을 가장 무서워할 정도로 만족도가 아주 높아요.”
게다가 홈스쿨링을 하면서 ‘다둥이 가정’이 크게 늘어났다고 진 목사는 귀뜸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랑이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라며 “홈스쿨링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웃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