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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행복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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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행복을 만드는 방법

입력
2012.02.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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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틈 없이 물건들로 꽉꽉 들어찬 대형마트를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되도록 살 것이 있으면 품목을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간다. 살 것이 많아서 다 기억하기 어려우면 목록을 적어서 딱 그것만 사갖고 나오는 편이다. 이 날은 우려먹는 차를 한 봉지 살 계획이었다. 마트 정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우렁찬 청년 목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청년은 큰 소리를 내면서 나를 향해 전단지 하나를 내밀었다. "인터넷 요금 비교해 보세요!"

요즘에는 대부분 집에서 인터넷을 쓴다. 그렇다보니 이 업체는 새로이 인터넷을 설치하라는 게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인터넷 업체와 자기 회사 것을 비교해보고 돈이 적게 드는 걸로 바꾸라는 얘기다. 물론 전단지에 나온 대로라면 이 업체가 가장 싼 가격에 인터넷을 쓰게 해준다.

청년에게 받은 광고 종이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차를 파는 2층으로 올라갔다. 마트 이층은 별별 차들이 종류별로 가득 진열장 안에 들어가 있다. 간단하게 마실 차 하나만 생각하고 왔는데도 워낙 종류가 많고 가격도 제각각이라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 무얼 사면 좋을지 보고 있는데 이번엔 짧은 치마와 주름양말을 유니폼으로 갖춰 입은 여자 분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 제품 가격 한 번 비교해보세요."

여자 분은 차 만드는 회사에서 나온 홍보직원인데, 지금 자기 손에 들고 있는 차가 다른 경쟁회사 차에 비해서 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저렴하다는 걸 능숙한 말솜씨로 강조했다. 나는 이미 마음속에 정하고 온 제품이 있었지만, 직원 얘길 들어보니 내가 사려던 것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결국 그것을 사버렸다.

마트 1층에서 만난 통신업체 청년은 내가 차를 사갖고 나가는데 방금 들어올 때 전단지를 줬던 사람이라는 걸 잊었는지 또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내게 종이를 내밀었다. 인터넷 요금을 비교해 보라고. 이번에는 종이를 받지 않고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그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기계적으로 내 뒤에 오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했다.

자꾸만 그 목소리가 귀에 남는다. 비교, 비교, 비교. 그것은 2층에서 차를 살 때도 똑같이 들었던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단 인터넷이나 차를 살 때만이 아니다. 가격을 비교하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성분을 비교하든 어쨌거나 비교하는 게 몸에 익었다. 상점이 아닌 곳에서는 더 살벌한 비교와 경쟁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사람을 비교하고 경쟁시키는 것이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시험을 통해 서로 비교 당하고 그 일은 자연스레 순위경쟁으로 이어진다. 공부해서 대학을 간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동안 비교해서 정해놓은 대학교 순위에 영향을 받는다. 더 높은 순위에 속하는 대학을 가기위해 아이들은 또 경쟁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끝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이다. 사회생활은 대개 치열한 생존경쟁에 비교된다. 하물며 사람들이 즐겨보는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들도 하나같이 서로 비교하고 경쟁시키는 내용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비교하고 경쟁하며 살았을까?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연구했다. 내가 아는 방법은 이 두 가지다. '비교'와 '경쟁'을 최대한 줄이는 것. 쉽게 생각하자. 비교하지 않으면 경쟁할 일이 없고, 경쟁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그것이 가진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게 행복이다.

더욱이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피어있는 꽃과 같은 것인데 어떻게,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비교와 경쟁은 한 번 시작하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습성이 있다. 그것을 어느 곳에선가 끊는 게 중요하다. 그곳은 다름 아닌 나, 그러니까 우리들 각자가 되어야한다.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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