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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내하청 정규직 판결 의미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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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내하청 정규직 판결 의미와 파장

입력
2012.02.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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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23일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상당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똑같은 자동차 컨베이어벨트에서 원청업체 노동자(정규직)가 오른쪽 타이어, 하청업체 노동자가 왼쪽 타이어를 끼워도 하청업체 노동자는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받지 못했던 현실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판결에 노동계는 대대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최병승(36)씨 한 사람의 판례를 사내하청(사내하도급) 전체에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불법파견 단속강화와 파견법 개정 등 정치권과 정부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원청이 지휘했다면 파견" 첫 확정 판결

이번 판결의 쟁점은 하청업체 직원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3년간 일한 최씨의 고용관계가 사내하청인가, 아니면 파견인가였다. 사내하청과 파견을 가르는 기준은 파견법에도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아 노동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대법원은 누가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최씨가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와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하는 공정에서 섞여 일하며 현대차의 작업지시를 받았다는 점 ▦현대차가 최씨의 근태현황 등을 관리한 점 등을 들어 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차와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를 원청이 관리 감독했다면 사내하청이 아닌 파견이라는 판례를 분명히 남긴 것이다. 또 자동차 조선과 같은 제조업은 파견이 금지된 업종이라 현대차는 불법 파견을 한 것인데, 대법원은 "2년 이상 파견노동을 한 경우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파견법 조항을 불법파견에도 적용했다.

1명 vs 100만명

하지만 이번 판결을 최씨 개인에 대한 판례로 볼지, 하청업체 노동자 전반에 대한 정규직화의 시작으로 볼지는 의견이 나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번 판결은 불법 파견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판결"이라며 "4,000~5,000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최씨와 동일한 조건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이 판결이 당장 현대차 하청업체 노동자 1,900여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등 관련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있다. 이상호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정부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33만여명이지만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합치면 최소 100만명 이상"이라며 "지금까지 명백한 불법이 방치돼 왔지만 이번 판결로 100만명의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재계는 이번 판결을 하청업체 노동자 전체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가 2년 동안 일하면 원청의 정규직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외형상 사내하청이지만 실질적으로 파견인 경우에만 2년이 지나면 원청의 고용의무가 발생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이번 판결이 최씨 개인에 국한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도급과 파견에 대한 구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결 하나로 모든 도급을 불법 파견으로 몰아가기보다는, 도급과 파견의 제도적인 차이나 합리적인 사용 방법 등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은 대기업에 준법 경영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판결 취지를 바탕으로 파견을 최소화하도록 파견법을 개정해야 사내하청 남용을 근절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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