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또 만난다. 지난 3년간 두 정상은 다섯 차례 만났으나 그 때마다 분위기는 싸늘했다. 여느 정상회담에서 볼 수 없는 모욕, 외면, 결례 같은 말이 회담 결과를 대신했다. 그런 두 정상이 내달 5일 백악관에서 이란 핵 문제를 놓고 다시 얼굴을 맞댄다.
미 언론은 이번 회담이 예전과 다를 것으로 본다. 11월 대선을 앞둔 오바마가 조심스런 행보를 할 것이란 얘기다. 오바마에게 갈등 재연은 그렇잖아도 그를 미심쩍어 하는 유대인의 이탈을 가져와 재선 행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유대인의 반대는 표를 잃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 핵 해법에 대한 입장 차가 분명한 두 정상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스라엘은 오바마가 이란의 핵 보유보다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공격을 더 우려한다고 보고 있다. 네타냐후는 오바마에게서 경제제재의 효력이 나타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약속을 받기 원한다. 그러나 오바마는 네타냐후가 적어도 선거가 있는 올해는 선제공격을 자제하고, 또 양국에 갈등이 없다는 외교적 제스처를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가 무력 사용을 원하는 네타냐후에게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화해의 관건인 셈이다. 그렇다 해도 불화를 거듭해온 둘의 관계로 볼 때 네타냐후가 흔쾌히 오바마 재선을 위한 역할에 나설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08년 6월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오바마는 미국-이스라엘 공동정책위원회(AIPAC)에서 친이스라엘 발언으로 유대인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009년 5월과 9월에 잇따라 만난 두 정상은 팔레스타인 독립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당시 오바마가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활동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자 유대인들은 분노했다. 2010년 3월 세 번째 회담을 앞두고 네타냐후는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주택건설 강행을 발표해 선수를 쳤다. 화가 난 오바마는 네타냐후를 백악관 회의장에 홀로 남겨두고 빠져 나와 그에게 모욕을 안겼다. 같은 해 7월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화해하는 듯 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가 네타냐후에 백기투항했다”고 평했다.
오바마의 외교적 투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15분간 언론에 공개된 대화에서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오바마가 회담에 앞서 “이스라엘 국경선은 1967년 중동전쟁 이전 경계선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유대인 반발이 확산되자 오바마는 3일 뒤 AIPAC 연례총회에서 발언을 정정해 다시 백기를 들었다.
이번 여섯 번째 회담에서 네타냐후는 어느 때보다 환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와 중동이라는 두 가지 퍼즐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오바마 입장에서 회담 성공의 열쇠는 네타냐후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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