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계열사들이 주주총회를 한날 한시로 잡는 관행이 올해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당국도 소액주주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의 주총 참여를 막으려는 술수로 보고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2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모두 다음달 16일 오전 9시에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다음달 16일 오전 9시에 주총을 연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들도 다음달 2일에 일제히 주총을 열기로 했다.
계열사 동시 주총에 대해 기업들은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주주총회가 끝나고 해야 할 실무적 절차들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주총일을 선택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이는 핑계라고 주장한다. 기업지배구조개선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기본적으로 기업은 주주들이 원하는 날 또는 기피하는 날을 고려해 주총일을 잡아야 한다"며 "계열사 동시 주총은 권리에 적극적인 주주들과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위임 받은 시민단체의 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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