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 흑인 박물관이 들어선다.
스미스소니언 재단은 22일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미국흑인역사문화박물관'의 기공식을 가지고 첫 삽을 떴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부인 미셸 여사 등이 참석했다.
2015년 완공 예정인 이 박물관은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19번째 박물관이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흑인들이 낯선 대륙에서 겪은 영욕의 세월을 총망라해 보여줄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래 전 자유를 외쳤던 수만 명의 흑인들은 이 땅에 민주주의가 뿌리 내릴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라며 "오늘 우리가 세우게 될 박물관은 후대에 길이 남는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기획을 맡은 로니 번치는 19세기에 노예해방 운동가로 활동한 해리엇 터브먼의 숄부터 로큰롤의 거장 척 베리가 몰았던 빨간 캐딜락까지 2만여 점에 이르는 전시품을 확보한 상태다. 그 중에는 흑인과 백인을 분리해서 앉혔던 옛날 기차나 과격인종차별주의단체인 'KKK(Ku Klux Klan)단'의 제복 등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는 물건들도 포함돼 있다.
이날 기공식에는 대통령이 관행적으로 해온 첫 삽 뜨기 행사에 오바마 대통령이 동참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오바마는 연설을 마친 뒤 첫 삽 뜨기를 시작한다는 사회자의 말에 재킷 단추를 잠그고 연단 앞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한 관계자가 그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자 다시 자리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박물관 자문위원인 로라 부시가 첫 삽을 뜨는 모습을 오바마가 뒤에서 지켜본 것에 대해 외신들은 "명백한 의전 실수"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박물관 관계자들만 첫 삽 뜨기에 참여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다"고 해명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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