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예술입니다. 하지만 음향기기가 소리를 완벽히 재현할 수 있도록 ‘파동 디지털화’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건 수학자와 물리학자였죠. 마찬가지로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과학적 방법론이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김명환(58ㆍ사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은 23일 제19회 ‘자연과학 공개강연’ 행사 개회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과학과 인문학이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은 판이하지만 각자의 방법론을 서로 빌려 쓴다면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학장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달라 보여도 기초학문으로서 근본적으로 통하는 면이 있다”며 “최근 자연대ㆍ인문대 교수들 간 교류가 잦아진 것도 긍정적 신호”라고 덧붙였다.
올해 주제를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학장은 “그간 이공계 내 융합은 활발히 이뤄져 왔지만 울타리를 넘어서는 융합 시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과학이란 이름을 쓰지 않는 학문과도 과학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행처럼 융합만 강조되는 분위기엔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전공 분야를 깊이 있게 천착해 어느 정도 역량이 갖춰진 상태에서 주변 분야와의 소통을 모색해야 비로소 ‘스파크(불꽃)’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응용학문 쪽에만 전공자들이 쏠리는 최근 세태가 아쉽기도 하다. “당장 아픈 곳을 고쳐주는 의학이나 스마트폰처럼 가시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학 쪽이 각광을 받는 건 당연한 측면이 있죠. 하지만 한쪽으로 몰리는 게 문제에요. 기초학문 없이 실용학문도 존재할 수 없는데 사회 전반적으로 관심과 투자가 부족해 보여 걱정입니다.”
김 학장은 ‘과학의 대중화’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그는 특히 청소년들이 과학을 친밀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데 19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자연과학 공개강연이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강연이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대학 강단에 서는 교수들에겐 대중적인 언어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 자체가 커다란 도전이었다는 게 김 학장의 설명이다.
김 학장은 무엇보다 참가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많이 갖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과학의 시작과 끝은 호기심입니다. 궁금증이 생기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호기심을 갖게 되는 내적 선순환이 과학자가 돼가는 과정인 셈이죠.”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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