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 측에 탈북자의 강제 송환 중지를 요청한 근거는 '국제법상 의무'라는 점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기자회견에서 "탈북자는 국제 규범에 의해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한 것도 중국이 국제 사회와 맺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 차원의 발언이다.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중국이 1982년과 88년 난민 지위에 관한 국제 협약과 고문방지 협약에 각각 가입한 사실이다.
이 협약에 따르면 '체약국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이다.
이와 관련 조정현 북한인권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북한으로 끌려가면 처벌받을 것이 명백한 탈북자는 당연히 난민협약에 따라 보호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국제 사회와의 약속 내용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중국 측에 탈북자 송환 중지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해석은 다르다. 탈북자는 난민이 아닌 국경을 넘은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난민협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난민기구(UNHCR)는 '난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람은 난민협약에 명시된 난민으로 간주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아직 난민 인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지만 자국으로 송환되면 박해 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 난민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이 가입한 고문방지 협약에도 '당사국은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강제 송환 금지 조항이 있다. 고문에는 학대 행위도 포함되고, 난민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난민협약보다 보호범위가 넓다고 볼 수 있다.
고문이나 강제 송환을 금지하는 것은 국제법상 강행 규범으로 인정받지만 중국은 여전히 탈북자 문제는 이 같은 협약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자를 처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한국과 국제사회의 요청을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다 과거에는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호주, 미국, 캐나다 등지로 탈북자를 이주시키는 절충안을 중국 측이 수용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유엔 관계자의 접근마저 일절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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