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여간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한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결국 의원직 사퇴로 고개를 숙였다.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된 후 마구잡이 의혹 제기와 고소ㆍ고발로 정치적 재기를 도모했던 강 의원의 좌충우돌 행보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박 시장의 아들 주신씨가 22일 오후 공개 신검에 응하며 병역 비리 의혹을 씻어내자 강 의원은 곧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검 과정과 병원 측의 의학적 판단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며 "약속대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부터 박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한 강 의원은 차츰 공세 수위를 높이다 급기야 지난 14일 박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 사진을 공개하며 사진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100% 박씨 사진이 아니다"며 의원직을 걸고 공개 신검을 요구했던 강 의원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결과적으로 당사자나 국민에게 부담을 드리게 된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의원직까지 내건 데 대해 "확신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성급한 판단이었다. 강 의원은 MRI 사진 바꿔치기 주장의 근거로 박씨가 70kg 미만의 마른 체형이란 점을 제시했으나 실제 박씨의 몸무게는 80.1kg이었다. 강 의원은 "사진으로만 봤는데, 체중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강 의원은 의혹 제기 과정에서 박씨의 동영상과 MRI 사진을 구한다며 현상금을 내걸거나 박씨 여자친구의 실명을 거론하는 등 막가파식 인권 침해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무모하면서 거침없었던 강 의원의 의혹 제기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서라도 인지도를 높여 재기해 보려는 정치적 조급증에서 촉발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는 등 화려한 경력의 정치신인이었던 강 의원은 2010년 7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 제명 징계안이 상정되는 수모를 겪는가 하면 법원 1, 2심에서 집단모욕죄와 무고죄로 유죄판결도 받았다. 막다른 코너에 몰렸던 강 의원이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택한 자구책이 다름아닌 '거물급 비리 캐기'였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스폰서 의혹과 학력 의혹 등을 제기한 그는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까지 걸고 넘어져 횡령ㆍ배임ㆍ탈세 등 온갖 의혹을 제기했다.
개그맨 최효종씨를 집단 모욕죄로 고소한 것도 숱한 논란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이 '보수의 아이콘'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일부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도 했으나 그의 브레이크 없는 비리 캐기는 결국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됐다. 강 의원은 19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못했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정치권엔 그의 정치적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