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이인재 경기 파주시장은 영국의 '6ㆍ25박물관 건립 지원위원회'에 858만원을 전달했다. 이 시장을 비롯해 시 공무원 1,226명이 지난해 12월 초부터 한달 여 간 모금한 돈은 영국의 6ㆍ25박물관 건립 성금이다. 이 시장은 성금을 전하며 "당시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준 글로스터연대와의 깊은 인연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건립지원위원회는 전 파주시장인 송달용 위원장을 비롯해 파주시의 각 기관과 사회단체장들이 지난해 11월 말 구성했다. 명칭 그대로 영국 글로스터시(Gloucester city)에서 추진되는 유럽의 첫 6ㆍ25박물관 건립을 돕기 위해서다. 위원회는 파주상공회의소, 파주6ㆍ25참전전우회, 자원봉사단체 등에서 모금을 마무리하면 성금을 한데 모은 뒤 전달 시기 및 방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6∙25박물관 건립은 글로스터연대 출신 기업인과 참전용사들이 전쟁과 한류 등 한국을 유럽에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됐다. 휴전 60주년인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우리 돈으로 약 45억원을 모금 중이지만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250여 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파주시가 모금에 뛰어든 데든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파주시와 글로스터연대의 인연은 1950년 발발한 6ㆍ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민족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눴던 한반도에서 가장 참혹했던 전쟁이 이역만리 떨어진 파주시와 영국군을 맺어준 역사의 아이러니다.
파주시에 따르면 글로스터시 이름을 딴 영국군 글로스터연대는 6ㆍ25전쟁의 대표적인 고립방어전투로 꼽히는 임진강전투를 치렀다. 1951년 4월 22일부터 4일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계곡과 중성산에서 10배가 넘는 중공군 3개 사단을 막아 당시 중공군의 서울 진입을 지연시키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만큼 희생도 컸다. 전장을 탈출한 글로스터연대원은 67명뿐이었고 나머지는 전사하거나 포로가 됐다.
임진강전투와 글로스터연대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57년 6월 29일 설마리에는 영국군 전적비가 세워졌다. 참전용사들은 매년 4월 전적비를 찾아 그날을 기억했고, 한국을 찾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1999년 4월)과 찰스 왕세자(1992년 11월)도 찾아가 헌화했다.
파주를 향한 글로스터연대 참전용사들의 애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76년부터 매년 적성종합고등학교 학생 10~20명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700여 명이고, 총 금액은 1억4,000만원을 상회한다.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적성종합고 학생 대표들은 지난달 중순 교사들과 함께 주한 영국대사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남다른 인연으로 파주시가 박물관 건립을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2월 중순 앤디 루이스 글로스터시 시장은 파주시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양 도시의 관계가 각 분야에서 더욱 증진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파주시 관계자는 "해외에 직접적인 예산지원이 어려워 각 지자체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했다"며 "우리 시를 시작으로 영국의 6ㆍ25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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